A 구단 관계자는 "우리는 엄상백 영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데, 들리는 이야기로는 금액이 상상 이상인 것 같더라. 처음에는 50~6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고, 그것도 금액이 높지 않나 싶었는데 지금은 70억원이 넘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B 구단 관계자도 "선발 투수가 필요하니 당연히 관심은 있는데, 너무 비싸다. 우리가 생각하는 금액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지금 이야기 나오는 액수는 절대 맞출 수 없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리고 실제 금액이 공개됐다. 한화 이글스가 8일 엄상백과의 계약 소식을 공식 발표했고, 계약 조건은 4년 최대 78억원이다. 일시불로 지급받는 계약금이 34억원, 연봉 총액이 32억5000만원, 인센티브가 11억5000만원이다.
옵션에 다른 인센티브가 포함된 금액이긴 하지만, 4년 기준으로 최대 총액이 78억원에 달하는 것은 야구계 관계자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더군다나 한화는 하루전인 7일 유격수 심우준 FA 영입까지 발표한 상태다. 심우준의 계약 조건은 4년 최대 50억원(보장 42억원 인센티브 8억원)이다. 이틀 사이 두 선수에게 쓴 총액 기준 금액만 128억원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둘 다 KT 위즈 출신 선수들. 사실 원 소속팀인 KT도 잡을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데뷔 때부터 성장을 함께해온 선수들이고, 올해 괜찮은 성적을 올렸기 때문에 반드시 잡고싶어 했다. 좋은 전력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KT가 제시한 금액도 결코 부족한 금액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화가 참전하면서 제시한 최종 액수가 더 컸다. 선수들은 당연히 자신의 가치를 더 높게 인정해주는 팀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KT도 계약이 성사된 금액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우리도 이미 최대치를 제시했고, 결코 부족한 액수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게 대략적인 분위기다.
또다른 구단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섞인 분위기도 있다. 시장 가격 자체가 너무 폭등했다는 이유다. 심우준과 엄상백은 당연히 다른 팀들에서도 탐이 날만 한 1군 주전급 자원들이다. 하지만 'S급' 선수라고 평가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 정도 몸값이면, 당장 이번 FA 시장 뿐만 아니라 내년에 FA 자격을 얻게될 선수들의 기준 몸값까지 덩달아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한화도 그럴만 한 이유가 있다. 한화는 성적이 목이 마르다. 지난해 안치홍을 4+2년 72억원에 잡았을 때도 '너무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진행했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류현진이 국내에서 복귀할 당시에도 8년 170억원이라는 초특급 대우를 안겼다.
1년 전에는 채은성에게 90억짜리 계약을 안겼고, 이태양과 장시환을 잡았다. 계속 투자를 해왔고, 더군다나 류현진까지 돌아왔지만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끝내 실패했다.
그동안 한화는 수도권팀에 비해 지방팀이라는 상대적인 불리함. 여기에 최근 팀 성적이 나지 않다보니 타팀 스타 선수들이 이적을 꺼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위축돼있었던 게 사실이다. 몇억원이라도 더 주지 않으면 한화로 이적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는 푸념도 나왔다.
더군다나 한화에게 2025시즌은 승부수를 띄워야 할 시기다. 올 시즌 도중 최원호 감독이 사퇴한 후 '우승 청부사' 김경문 감독을 전격 영입했고, 다음 시즌부터는 신 구장에서 성대한 첫 시즌을 맞이한다. 새 구장에서의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성적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선의 전력 보강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타 구단들의 불평 불만이 나오지만, 이는 결국 구단들의 자승자박이나 다름 없다. 최근 일부 에이전시가 대다수의 FA 선수들을 독점하면서 "수요에 따른 적정가가 아니라 이미 시장가가 형성돼있고 경매식으로 선수 몸값이 올랐다"는 구단들의 불평이 나오는데, 결국 구단들의 완전한 단합이 이뤄질 수 없다. 선수들의 몸값 폭등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은 현재 시점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