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음슴체로 쓸게
지금 현직으로 수도권에 위치한 4년제 대학에서 근무중임
동덕여대가 공학전환 이슈로 시끌시끌한데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더라구
근데 직원 입장에선 동덕여대의 결정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함
가장 먼저, 우리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이 들었을 학령인구 감소
- 2014학년도 수능 접수인원 : 65만 752명
- 2024학년도 수능 접수인원 : 52만 2670명 (-128,082명)
10년 사이에 무려 약 13만명이 감소해버림
이미 지방대는 슬슬 폐교하는 대학이 생기고 있고 정부에서는 폐교대학 지원을 위해 정부 산하기관에 전담부서를 조직해서 운영 중
그리고 가장 크리티컬한건 주기별로 교육부에서 대학을 평가해서 정부재정지원사업,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지원을 제한하는 "재정지원제한대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
궁극적으로 이 제도의 목적은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입학 자원 또한 감소하니, 미래에 대학의 줄도산, 폐교러쉬를 막고 경영위기에 처한, 또는 처할 수 있는 사립대학의 정원을 조정하는 데 있음
근데 솔직히 동덕여대는 인서울이잖아? 인서울이 무슨 정원 채우는 걱정이야 배부른소리지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동덕여대의 문제(대학 경영적인)는 학과 구조에 있음
바로 "공학계열의 부실"임
공학계열이 부실할 경우 생기는 문제는 간단해
정부재정지원사업의 지원 규모가 크게 줄어들어
안타깝게도 문과는.... 돈이 안됩니다........ 연구과제도 이공계에 비해 적고 인문사회계열의 교수가 개인 연구과제를 억 넘는거 따오면 오? 뭔데 어케땄어 이럴 지경
게다가 최근엔 우리나라가 국정과제로 반도체에 올인하면서 "반도체 특성화 대학" 같은 사업이 신규런칭되는데 이 반도체 특성화 대학만 45억(대학별 컨소시엄에 따라 다수 대학이 연합하여 7~85억)짜리임
근데 지금 동덕여대 홈페이지 들어가서 정부재정지원사업 수주현황 보니까 제일 금액이 큰게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38억
그다음 큰게 IPP사업이라고 고용노동부 사업으로 5억+2억해서 7억
그리고 IPP포함해서 다른 규모 자그마한 사업 모아서 총 17억
결국 정부재정지원사업으로 100억도 수주하지 못했다는 얘기야
단순히 공대가 약하기 때문에
또 동덕여대 교비, 법인회계 예결산보니까 등록금 수입 의존율이 높던데
학교 예결산 자료에서도 긴축재정 언급있더라고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청담동에 건물도 있으시고 하지만 부동산 수입 제외하고는 딱히 수익원은 없어보이더라
그럴수록 정부사업 따와야 하는데 상황이 변변찮네
아니면 같은 여대 중엔 이화여대처럼 기업 기부금을 몇십억씩 땡겨오는 그런 거 있으면 좋아
물론 학생 수 계속 줄어서 등록금 재원 축소로 마이너스 이어지면 법인 부동산 팔아서 버틸 수는 있긴해 버틸수는
그렇다면 공대를 만들면 되잖아! 라고 하는데
대학에서 가장 예민한 주제가 학과 통폐합
물론, 여대를 남녀공학으로 바꾸겠다는 주제보다는 파급력이 당연히 덜하지만 이것 역시 만만찮은 과제야 단순히 수 년안에 할 수 없는 과제임
참고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법령으로 규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정원을 늘리는 방법으로서의 학과 신설은 불가능에 가까움
학과 없애거나 정원 여기저기서 줄여서 대학본부에서 "우리 공대 만들게요 정원 좀 내놓으세요~"하는 순간 이제 정원 줄여지는 학과 전임 교수들 들고 일어나고
학과 재학생, 동문 반발하고 무슨 역사가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반발하지
결국 이러나 저러나 여론의 매를 맞을게 뻔했던 거야
다만 그거보다 더 센 남녀공학 전환 카드를 들고 나온건
다른 여대보다 선제적으로 공학으로 전환해서 경쟁력을 갖추자는 전략이라고 생각해
앞서 기존에 먼저 공학으로 전환해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상명대학교의 경우처럼 말야
지금 당장 입결도 괜찮고 정원도 차니까 지금은 가만히 있고 나중에 진짜 위험해지면 그 때 가서 전환해도 안늦어
이런건 너무 안일한 태도라고 봄
이미 공학을 포함한 다른 대학들은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학과 구조개편도 하고 대학 체질 자체를 완전히 바꾸려고 하고 있음
게다가 교육부에선 RISE라고 중앙정부 주도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지방으로 이관하고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대학에 돈을 더 지원한다는데
돌아가는 상황이 쉽지 않아
결론적으론 언제가 됐든 여대는 성별이 아니라 돈 때문에 남녀공학이 될건데
그 시간이 지금이냐 아니면 모닝콜 5분씩 미루는 것 마냥 좀만 더 좀만 더 하느냐 이거지
그러다 잠 못깨면 지각이고
아니면 기적적으로 출생율이 높아져서 갑자기 버틸 힘이 생길 수도 있을까
내가 다니는 학교는 공학이고, 4년제고, 당분간은 정원 충원 걱정은 없지만
우리 학교가 보는 미래는 1년 뒤가 아니고 10년 뒤야
10년 뒤에 대학에 입학하는 2016년생, 검색해보니까 42만명이더라고? 또 10만명이 줄었네ㅎ
그 때쯤엔 지금 폐교한 대학의 배가 넘는 대학이 문을 닫았겠지
수도권도 슬슬 위험해졌을테고
단순히 동덕의 문제만이 아닌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