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정말로 길게 n년간 고시 준비하다가 올해도 떨어지고 그냥 멍하게 일상 보내고 있어
근데 그 긴 세월을 내 애인는 아무런 잔소리도, 닦달도 없이 묵묵히 기다려주고 응원만 해줬거든.
친구들이랑 만난다 그러면 기분전환하고 오라고 몇 십 만원 용돈도 턱턱 보내주고..
최근엔 내가 요즘 내 인생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아무래도 이번 생은 망한 것 같다고 많이 우울한 소리를 늘어놓았지
그러니까 애인이 자기가 있기에 내 인생은 망한 거 아니래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해 이런 길, 저런 길 알려주면서
그거 붙잡고 있는 것보다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또 있을 수 있다면서 위로해줬어
자기랑 결혼하면 책임지고 먹여살리겠다고, 내가 하고싶은 공부 계속 하래 지원해준다고.
평소에 입에 발린 말도 잘 못하고 장남이라 무뚝뚝한 편에 속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한테서 저런 위로 들으니 되게 가슴에 와닿아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어
그리고 애인 옆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는데
이미 지금도 부끄러운 사람이 아니래
부모님 외에 나를 이렇게나 믿고 지지해줄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많이 감동 받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