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긴 슬프지만 후련한 감정도 양가적으로 든다.
그동안 참 키우기 힘들었기 때문일까
키우기 힘든 이유들을 함 써보려한다.
들어가기 앞서 이건 내 주관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1. 공격성이 너무 강함
병원 데려가거나 씻겨야 할 때 특히 심하지만 아예 평소에 만지지도 못할 정도로 공격성이 심했음.
벽지를 개작살 내놓는다거나 쌀포대를 찢어발겨 놓는다거나 이 정도 기물파손은 화나지만 참을 수 있음.
근데 1m 가까이만 가도 우웅애응오오오웅 이런 괴상한 울음소리 내면서 할퀴거나 무는 건 좀 힘들더라.
새끼 때 부터 키웠는데 나를 주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적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음.
키우기 시작한 이래로 내 손가락 손바닥 손목은 그냥 도화지처럼 흉터가 생겨났고
병원이라도 데려가서 진료보려면 아예 수면제 맞춰서 재워버리거나 사지를 간호사랑 나랑 보호자가 붙잡고 누른채로 진료 봐야했음.
넥카라 풀어주다 내 검지손가락을 온 힘을 다해 물어뜯어서 피가 용천수마냥 솟아올랐을 때 열받음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2. 식탐 제어가 아예 안 됨
밥을 굶긴 것도 아님. 뭐 싸구려 사료를 준 것도 아님.
간식을 인색하게 준 것도 아닌데 식탐이 진짜 너무너무 과했음.
매일 규칙적으로 사료를 주는데 조금이라도 늦으면 달려와서 발목을 물어뜯는다거나 괴상한 울음소리를 낸다거나 공격성이 무척이나 심해졌음.
뭐 동물이라서 식탐이 좀 있는 건 이해하는데 우리 가족이 집에서 회나 고기라도 구워먹으면 그 날은 진짜 전쟁이었음.
그냥 평범한 일반식을 먹어도 식탁에 올라오려 하거나 음식에 올라서려고 하는 건 일상이었고
포장되어있는 고기 비닐째로 물어뜯다가 비닐 삼켰을까봐 병원 데려가는 건 가끔가다 꼭 벌어졌음.
심지어 삼겹살 굽는 불판에 뛰어들어서 고기 먹으려다 젤리에 화상 입고 끼아에아아아 하면서 몸부림을 친다거나
선반에 보관해둔 고양이 사료포대에 구멍 뚫어놓고 그 구멍에 머리 박고 허겁지겁 주워먹는 걸 봤을 때는 진짜 오만정이 다 떨어지더라.
이런 일들 있는 후로 우리집은 밥 먹을 때 고양이를 베란다에 잠시 격리해놓고 열어달라고 비명 지르는 고양이 소리가 불편해 20분 이상 식사시간을 가진 적이 없었음.
총평
전반적으로 애완동물이 아니라 야생동물을 집에다가 키우는 듯한 느낌이었음. 그만큼 사회화나 순화가 힘들었다.
약간 얘 입장에선 우리를 가족이나 동거인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내 구역에 쳐들어온 낯선 오랑캐 정도로만 취급하는 느낌이었음.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나와있는 오만가지 순화교육 다 시켜봤고 장난감 캣타워 화장실2개 물질적으로 필요한 건 거의 다 줬는데도 나를 가족으로 봐주지는 않더라.
그냥 길에서 살게 둘 걸 그랬다. 괜히 내가 주워왔나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