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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48l
지난주에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다.
슬프긴 슬프지만 후련한 감정도 양가적으로 든다.
그동안 참 키우기 힘들었기 때문일까
키우기 힘든 이유들을 함 써보려한다.
들어가기 앞서 이건 내 주관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1. 공격성이 너무 강함
병원 데려가거나 씻겨야 할 때 특히 심하지만 아예 평소에 만지지도 못할 정도로 공격성이 심했음.
벽지를 개작살 내놓는다거나 쌀포대를 찢어발겨 놓는다거나 이 정도 기물파손은 화나지만 참을 수 있음.
근데 1m 가까이만 가도 우웅애응오오오웅 이런 괴상한 울음소리 내면서 할퀴거나 무는 건 좀 힘들더라.
새끼 때 부터 키웠는데 나를 주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적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음.
키우기 시작한 이래로 내 손가락 손바닥 손목은 그냥 도화지처럼 흉터가 생겨났고
병원이라도 데려가서 진료보려면 아예 수면제 맞춰서 재워버리거나 사지를 간호사랑 나랑 보호자가 붙잡고 누른채로 진료 봐야했음.
넥카라 풀어주다 내 검지손가락을 온 힘을 다해 물어뜯어서 피가 용천수마냥 솟아올랐을 때 열받음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2. 식탐 제어가 아예 안 됨
밥을 굶긴 것도 아님. 뭐 싸구려 사료를 준 것도 아님.
간식을 인색하게 준 것도 아닌데 식탐이 진짜 너무너무 과했음.
매일 규칙적으로 사료를 주는데 조금이라도 늦으면 달려와서 발목을 물어뜯는다거나 괴상한 울음소리를 낸다거나 공격성이 무척이나 심해졌음.
뭐 동물이라서 식탐이 좀 있는 건 이해하는데 우리 가족이 집에서 회나 고기라도 구워먹으면 그 날은 진짜 전쟁이었음.
그냥 평범한 일반식을 먹어도 식탁에 올라오려 하거나 음식에 올라서려고 하는 건 일상이었고
포장되어있는 고기 비닐째로 물어뜯다가 비닐 삼켰을까봐 병원 데려가는 건 가끔가다 꼭 벌어졌음.
심지어 삼겹살 굽는 불판에 뛰어들어서 고기 먹으려다 젤리에 화상 입고 끼아에아아아 하면서 몸부림을 친다거나
선반에 보관해둔 고양이 사료포대에 구멍 뚫어놓고 그 구멍에 머리 박고 허겁지겁 주워먹는 걸 봤을 때는 진짜 오만정이 다 떨어지더라.
이런 일들 있는 후로 우리집은 밥 먹을 때 고양이를 베란다에 잠시 격리해놓고 열어달라고 비명 지르는 고양이 소리가 불편해 20분 이상 식사시간을 가진 적이 없었음.

총평
전반적으로 애완동물이 아니라 야생동물을 집에다가 키우는 듯한 느낌이었음. 그만큼 사회화나 순화가 힘들었다.
약간 얘 입장에선 우리를 가족이나 동거인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내 구역에 쳐들어온 낯선 오랑캐 정도로만 취급하는 느낌이었음.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나와있는 오만가지 순화교육 다 시켜봤고 장난감 캣타워 화장실2개 물질적으로 필요한 건 거의 다 줬는데도 나를 가족으로 봐주지는 않더라.
그냥 길에서 살게 둘 걸 그랬다. 괜히 내가 주워왔나 싶네.



 
익인1
와.. 그 정도면 키운게 맞는가 싶네..
어제
글쓴이
그러게말이다..
어제
익인2
새끼때는 말잘들었어?
간혹 엄청 잘다가오는 치즈냥같은애들은 키울만하지않나

어제
글쓴이
새끼 때야 힘도 약하고 저렇게 공격적으로 해도 덩치가 작으니까 아프지도 않고 마냥 귀엽게 보였지
내 고양이도 수컷 치즈냥이였음

어제
익인3
아이고 쓰니 고생 많았다~ 근데 그건 냥바냥인거같애 우리 고양이도 길에서 데려왔는데 입짧은 개냥이거든 그래도 데려와서 고생하면서 길러준 쓰니도 너무 대단하고 떠난 냥이도 고양이별에서 잘 지내길 바랄게!!
어제
글쓴이
그려 명복을 빌어줘서 고맙다
너 고양이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네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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