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상대가 나를 정말 정말 좋아해
나는 사귀기 전 단계에서 얘한테 호감은 있었고 얘랑 사귀고싶다 이런 생각은 크게 없었어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
1. 나는 20대 후반이라 결혼 생각도 슬 해야하는데 군대 안 다녀온(아마도 공익) 4살 연하남
2. 연하남 자체도 별로 안 좋아함 나도 애교 많고 기대는 스타일인데 상대도 애교 많은 스타일
3. 우리 집 가난해서 여유없음
4. 이직했는데 실적이 중요한 직업이라 방황하다가 겨우 기반 다져놨는데 연애하는데 돈+시간 투자하기 싫음
그래서 얘한테 고백 받았을 때 이런 이유를 잘 설명했는데 얘가 몇 년이고 기다리겠다고 했음
기다리면서 군대도 다녀올 거고 일에 방해 안 되겠다 뭐 이런 저런...
내가 엄청 거절하고 또 거절했는데 얘가 오열하면서 무릎 꿇을 정도로 엄청 매달렸어
근데 얘가 실제로 몇 개월을 기다리면서 나한테 엄청 잘 해줬어
도시락도 싸오고 내가 그냥 흘리듯이 말한 것도 다 기억해뒀다가 다 챙겨주고
그래서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날이 갈 수록 나도 호감도 생기고
내가 너무 편견에 사로잡혀있나 싶어서 사귀게 됐는데
최근에 내가 일이 더 더욱 잘되기 시작했어
근데 그만큼 바빠지는 것 어쩔 수 없고...
사귀면서 얘를 좀 더 알아가게 되잖아
근데 사귀면 사귈 수록 상대가 애교가 너무 많아서 좀... 그래
나는 애초에 귀여운 스타일보다는 남자답고 기댈 수 있는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뭐 하나 할 때마다 호들갑도 엄청 떨어서 호감도도 떨어지고
퇴근하고 만나면 나 피곤할 것 같아서 애교 준비했다면서 애교 부리는데
ㅜ 근데 진짜 그거 보면 헛웃음이 나...
갈수록 남자로 안 느껴지고 그냥 애교 많은 동생 하나 키우는 것 같아...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는 기댈 수 있는 남자가 좋은데
퇴근하고 와서 걔한테 기대는게 아니라 내가 어화둥둥 챙겨줘야 하는 느낌이 들어
애초에 나보다 애교 많은 스타일을 난 만나 본 적이 없어
이제와서 생각하면 호감도 올랐던 것도 그냥 사람 자체/후배로써의 호감을
걔가 나한테 너무 잘해주니까 이성적 호감이라고 착각한 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근데 내가 힘들 때 걔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던 건 맞으니까
일이 잘 풀리고 헤어지자고 하면... 힘들 땐 걔 도움 받아놓고 잘 되니까 버리는 듯한 느낌이잖아
그래서 나도 그러기 싫은데 사람 마음이 자꾸만 변하는 건 어쩔 수가 없네...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