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저 식자라는 자들이 예로부터 각 8도의 기풍과 사람들의 인심이 각기 다르고 좋네 어쩌구 하며 갖은 잡소리들을 늘어놓지만"
"천륜을 타고 모름지기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서울에 살아야 한다. 사람으로 태어나 서울에 살지 못한다면 저잣거리 개, 돼지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문물의 융성함, 사람의 박식함, 재화의 풍족함, 학문의 깊이와 저변, 심지어 들꽃과 산의 나무마저도 서울과 여기 이북, 이남의 지역이 다르다."
"서울에 있는 것은 조선 천지 서울에만 있으며, 황해도에 있는 것은 경상도에서 전혀 쓸모 없는 것이요, 전라도에 있는 것은 평안도에선 어린아이들 변소에서 쓰는 것이다."
"오직 서울의 물건만이 8도에서 쓰이는 것이다."
"글 하는 선비를 만나도 서울에서 공부한 이는 세리에 빠르고 중국의 질서 변화에 해박한 반면,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은 같은 조선인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들의 학문은 경박하고 몸에서 씻지 않은 냄새가 풍긴다."
"지방에 살면 제 아무리 현자도 길거리 쇠똥 냄새가 베이고, 지방에 살면 제 아무리 패왕군자도 얼굴이 초췌해져 범부와 다를 것 없어진다."
"사람으로 태어나 서울에 살지 못하는 것은 공자도, 맹자도, 가족도, 도리도, 인의예지도, 군왕도, 질서도 없이 살아가는 산짐승과 같다는 것이다."
ㅡ 18세기 대표 실학자 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