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헛된소리야; 공학이라고? 정신나간건가ㅋㅋㅋㅋㅋ야 과방 애들 데리고 다 나가서 시위하라고 해 미쳤나;
그렇게 수정이의 시위는 시작되었고, 함께하는 학우들과 함께 학교를 지켜나간다고 굳게 믿었다.
뉴스나 기사에서 떠드는 헛된소리들은 그저 살인자로부터 위협받는 여성들을 나몰라라 한 채
우매한 인간들이 짖는 소음이라고 생각했다.
락카칠을 하면 할 수록 나는 깨어있으며, 언젠가는 여대의 존재의의를 지키고, 숭고한 가치를 지닌 행위라고 굳게 믿었다.
갑자기 총 학생회가 자신들은 학생들에게 락카칠을 한 적 없다는 해명문을 내었다.
배신자들이다. 우리는 여대를 굳게 지킬것이다, 단 한명의 남자도 이 학교의 학생으로서 들일 수 없다.
여자들이 맘편하게 지식을 배우는 장으로서 이 학교는 유지되어야 한다.
총학생회가 발을 빼는 해명문을 올리자 시위자들 사이에서도 점점 내부 분열이 일어났다.
야, 리아가 시켰잖아, 수진이가 시켰잖아 나 잠깐만 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진 뒤 돌아오지 않는 학우들도 많아졌다.
그렇게 어거지로 남은 최종 시위자 58명 남짓이 대학 본부를 점거하고, 점점 사람들의 관심도 사라져갔다.
그 뒤로, 저 멀리서 높으신 분들로 보이는 어른들이 우리를 지켜보면서 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손해배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점거중인 건물에 학교에서 나온 듯한 변호사가 한 학생과 조우하여 직접 변상액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약 60억이라는 숫자를 입에 올렸다.
그 학우는 관련자나, 초기 주동자들의 이름이나 본인을 위해 모아 두었던 연락 기록 등 모든 연관된 사람들을 불었고, 외부자로서의 명예를 들었다.
수정이에게 추심이 진행될 피해핵은 약 7천8백만원.
21살 여학생에게는 까마득한 금액이었으며, 부모님에게도 이런 큰 돈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수정이가 시위를 시작하고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 연락을 모두 끊은 채 7천8백만원의 손해보상 및 내용증명, 채권주심절차에 대한 서류를 받아들고
부모님께 찾아갔을 때는 이미, 현관문은 굳게 닫힌 채 비밀번호를 아는 동생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또 받고 증언을 하면서 나의 숭고한 가치를 전달했으나, 경찰들은 벌레보듯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수정이는 7천8백만원이라는 빚에 법정최고 이자까지 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나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조금씩 갚아나가려고 했지만, 내가 갚고자 하는 의지와 내손으로 갚는 마음의 준비도 없이 입금된 금액은
족족 강제로 회수당했다. 수정이는 결국 대학교를 휴학하고 취업 자리를 알아보았으나, 고졸의 신분으로 7천8백만원이라는 빚을 단시간에 갚을 수 있는
그런 좋은 직장은 기회조차 열려있지 않았다.
도시락 공장과 같은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숙식형 공장에서 야간조로 월에 260만원을 벌지만,
공장에서 주는 밥과 숙식 외에는 통장은 존재하지 않았고, 수정이는 이제 1년 남짓 채무액을 갚았을 뿐이다.
남은 금액은 약 6천5백만원. 수정이는 앞으로 약8년이라는 시간을 이런 공장에서 돈을 벌어야
나의 숭고한 가치를 증명할 역사를 갚을 수 있는 것이다.
도시락공장에서 퇴근을 하고 아침해가 떠오르는 아지랑이에 휘날리는 공장 먼지를 뒤로
수정이는 쓰러지듯 기숙사 침대에 몸을 쓰려트렸다.
휴대폰도 요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아니 지불할 필요가 없게 된 상태로,
끊어질듯한 기숙사 와이파이 한줄을 잡아 여성인권 커뮤니티에 자신이 했던 가치있는 일들을 써 내려간다.
철저한 고독에 수정이는 더이상 눈물은 흘리지 않게 되었고,
내일 공장에서 담을 음식물 쓰레기들 생각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남은 8년을 수정이는 견딜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