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동안 내 마음에 계속 얹혀 있어서 좀 길게 풀어볼게 부디 시간이 괜찮다면 그냥 한 사람 넋두리 들어주는 셈 치고 읽어주라...ㅠㅠ
그 친구는 중학교 1학년쯤에 처음 만나서 어중간하게 지냈었어 그러다가 같은 고등학교를 가고 고1 같은 반 짝꿍으로 재회해 깊게 친해짐 그 친구는 말수가 적고 차분했는데 밥 먹든 뭘 하든 항상 둘이었어 다른 친구들도 A랑 나랑 친한 걸 다 알고 있었고 특히 내가 그 친구를 유독 좋아한다는 게 만연했어
그 친구는 그냥 내가 하는 모든 일에 군말 없이 묵묵하게 옆에서 같이 즐기고 또 봐주는 정말 고맙고 멋진 친구였어 아무튼 여기에 미처 적지 못 하는 추억들이 많아
그러다가 고3 여름쯤에 내가 걔한테 정말 심한 말을 했어... 그 친구랑 다른 반이기도 했던지라 나보다 더 친한 친구가 생기는 것 같고 그 친구 옆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것 같은 등등의 질투심으로 점점 못난 마음이 들 때였거든
그때 내가 했던 말들이 미안하게도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중에 하나는 '너는 나중에 애도 못 낳을 거고' 이런 말이었어 그 외에 더 심한 말을 했던 것도 같아 홧김에 내뱉었는데 원래 좀 묵묵했던 친구라 내가 심한 말을 뱉어내는데도 아무 반응 없이 그대로 책만 보더라고 옆에 앉아있던 그 친구의 짝꿍이 '야 OO아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라고 분위기 무마하려고 웃듯이 장난치는데도 내 말에 아무 반응조차 없는 그 친구가 미워서 그대로 내 반으로 돌아왔어
그렇게 몇 개월 나랑 거리를 두는 게 느껴져서 나도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그 상황이 싫었어 근데 여기서 잘못된 게 친구가 멀어지려는 이유를(내 잘못을) 인지조차 못 했었어 몇 번 장난스레 화해의 의미로 다가갔는데 차갑게 돌아오다 보니 그냥 그렇게 초겨울이 되었던 것 같고
어느날 저녁에 닿았던 전화로 그 친구가 내 잘못을 차분하게 다 말해주더라고. 뒤늦게 깨달은 내 잘못인지라 당황스럽고 민망해서 꾸밈 가득한 형식적인 사과를 건넸는데 그게 그 친구와의 마지막 통화였어
지금은 그렇게 몇 년이 지나서 20대 후반에 들어서는데도 한 시도 그 친구에게 못된 말을 했던 사건이랑 그 저녁의 통화가 잊혀지지 않아 꿈을 꿀 때마다 그 친구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결정적으로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더욱 깊이 깨닫게 되니까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원망감이 자라나
중학교 때 그 친구 실수로 손이 베여 꿰맨적이 있는데 손가락에 미세하게 남은 흉터 보일 때마다 그 친구가 떠오르고... 내가 동성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지금 돌아보면 중학교 때부터 그 친구를 정말... 우정 그 이상으로 좋아했던 거 같다 근데 내가 너무 미성숙해서 괜히 부정한다는 게 그 친구를 공격했어
어떻게든 내가 연락을 하고자 하면 2~3번 건너가서 그 친구와 연락이 닿을 것 같은데 괜찮다면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도 내 마음 편해지자는 욕심일 수 있을 것 같고 사실 용기가 안 나는 것도 있지만... 그 친구는 얼핏 잊고 지내는 기억일 수 있는데 괜히 건드릴 수도 있겠다 싶어 그냥 내 마음 한구석에 잊지 않고 평생 반성하는 게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