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비상계엄 사태에 수많은 이들이 불안과 불면의 밤을 보냈다. 스포츠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KBO 리그 각 구단 적지 않은 관계자들이 밤잠을 설쳤다. 당장 외국인 선수부터 걱정해야 했다. 한국에서 평생을 산 사람들에게도 충격적이었는데, 외국인들의 눈에는 충격의 강도가 한층 더 클 수밖에 없다. 3일 밤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자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속보로 전했다. 자국민에 대한 여행경보도 줄줄이 이어졌다.
외국인 선수 계약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한 구단 관계자는 4일 오전 “뉴스를 처음 봤을 때는 이게 현실인가 싶어 멍했다. 그리고 바로 외국인 계약부터 걱정이 되더라”고 했다. 사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던 시점이었다.
정세 불안을 이유로 계약 자체를 거부하거나, 아니면 정치적 상황을 이유 삼아 몸값을 더 올리려는 시도 역시 예상할 수 있었다. 다른 구단, 다른 리그와 경쟁 중인 선수라면 그만큼 계약에 어려워지는 것도 당연한 순서였다. 다른 구단 한 관계자는 “워낙에 전례 없는 일이라 그 영향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지만, 계엄이 장기화가 됐다면 선수들이 사인하는데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다행히도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피했다. 그러나 계엄이 발동했다는 것 자체를 불안해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과거 한 외국인 선수는 KBO리그에서 퇴출당한 후 “전쟁 공포로 늘 불안했다”고 했다. 적응 실패를 가리기 위한 ‘비겁한 변명’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어쨌든 그와 같이 국내 정세에 유독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선수들이 더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계약이 확정된 선수들 역시 한국 생활을 새삼 불안해할 수 있다. 한 구단 통역은 이른 아침부터 외국인 선수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기사 링크와 함께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괜찮은 것이냐”는 짤막한 질문을 받았다. 다행히 계엄이 해제된 후였고, 선수 역시 그리 까탈스러운 성격이 아니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괜찮다고 했더니 선수 역시 곧바로 “OK”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모든 외국인 선수들의 반응이 이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걱정하는 선수를 안심시키는 건 결국 구단의 몫이다. 초현실적인 상황이 벌어지면서 생각 못했던 할 일이 새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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