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는 육아에 있어서는 참 나쁜 사람 이였어. 항상 남하고 비교하고 내 자존심 깎아 내리면서 어떻게 해서 든 본인 생각대로 키우려 하셨거든. 손가락으로 내 머리 툭툭 치면서 넌 내 딸이 맞냐는 둥 아빠가 어디서 데려온거 아니냐는 둥 정말 엄마가 딸에게 하면 안되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고, 내가 엄마 마음에 들려고 이 악물고 공부해서 성적 오르면 본인 교육법이 옳았다며 주변에 자랑하고 그랬었어. 좋은 성적표를 받은 날만 유일하게 칭찬해주셨어. 아닐 경우에는 정말 지옥 이였고.
내가 성인 된 후에도 갈등이 심하다가 상담 받고 약도 먹으면서 지금은 사이가 괜찮아졌지만, 육아에서 만큼은 절대로 엄마를 닮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어느새 내가 딸한테 똑같이 하고 있더라. 정도와 강도는 약하지만 기조는 비슷했어. 심할 때는 내가 공부 봐주려고 앉기만 해도 울먹거릴 정도였어. 그런데 남편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상황이 정말 나아졌네.
남편은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야. 아이가 10문제 중 5개를 맞으면 나는 화내지만 남편은 다섯 개나 맞췄다면서 칭찬해줘. 둥가~둥가~ 해주고 틀린 문제 복습 시키면 아이는 신이 나서 공부해. 다음에는 같은 거 안 틀리고. 아이가 변하는게 보이니까 난 아예 빠지려고 했어. 좋아지고 있는데 괜히 엄마라고 다시 들이밀면 아이가 무서워 할 줄 알았거든.
남편이 정말 강하게 나무랐어. 항상 잔잔한 사람 이였는데 이 문제에서 만큼은 크게 화를 내더라. 무슨 범죄자 취조하는 굿 캅 배드 캅 도 아니고 부모가 그렇게 역할 나눠서 행동하면 절대 좋은게 아니라고. 엄마 역할 포기하거나 등한 시 할 생각하지 말고 내 문제 행동 바로잡고 꼭 같이 교육해야 한다고 그게 부모라고 내 손 단단히 붙잡고 강하게 말하더라.
그 뒤로 다시 받고 상담도 받고 하면서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얼마전에 아이가 나랑 공부 하는게 재밌다고 해줬어. 울컥 하는거 간신히 참고 웃으면서 문제집 다 푸느라 고생했네 ㅎㅎ
상담 선생님이 그러셨어. 난 상처가 많은 편인데 남편이 굉장히 포용적인 사람이라 잘 맞는 거라고. 하지만 남편도 사람인 이상 한계가 있으니 무작정 기대려 하지 말고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 부부 생활이 원만히 유지된대. 내가 바뀌는 모습을 남편이 가장 좋아했어. 사실 자기도 조금 힘들었다고 투덜 거리는데 너무 고마워서 꼭 안아줬음.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꼭 남편이 좋아하는 선물 준비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