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자쳐서 헤어지자 한 상황이야.
(본문)
난 우리 관계의 본질적인 문제가 장거리나 현실 때문은 아닌 것 같아
우리 둘 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 했다지만 서로를 소유물로 생각한 것 같아
그래서 나도 맨날 너한테 서운해하고 너는 내가 못마땅하고 이런 이기적인 마음을 가진거지
맞추는 데도 한계가 있고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품어줘야 하는데 말이야
자기는 다른 나에게 배울 점이 있다 했지만 속마음은 다른 걸 더 크게 느꼈던 것 같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겠지만 결국 자기 기준에 안 맞을 때 난 못마땅한 사람이 되어버리잖아
자기는 나한테 바라는 게 하나도 없었다지만 어떻게 보면 자신의 기준에 상대방이 딱 맞길 바라는, 아주 힘든 걸 바랐던 것 같아
열심히 하는 걸 알면서도 그 정도가 성에 차지 않으면 못마땅해했잖아
나도 마찬가지지 자기의 감정의 폭을 생각하지 않고 욕심내다 서로 다치고
처음에는 자기가 말하는 변해가는 내 모습이 뭔지 몰랐는데 이젠 알 것 같아
서로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갈등이 싫어서 상처주기 싫어서
괜찮다는 말로 임시방편으로 넘어가고 혼자 있을 때 생각이 많아지면서 쌓인 게 많은 것 같아
편해질수록 본성이 나오고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니 애정이 애증이 되고 지치면서
물 흐르듯 흘러갔던 우리가 복잡해진 포인트가 생긴 것 같아
부산에 같이 있을 때는 서로의 욕구가 채워지니 괜찮았잖아
나는 매일 도서관에서 자기 봐서 좋고, 자긴 집 가면 자기 시간 가지니 좋고, 주말을 꽉 채워 보지 않고 잠시 봐도, 각자 친구를 봐도 괜찮고
하지만 환경이 달라지면서 서로 다른 점이 두드러지고 각자의 욕구가 상충되는데 각자의 기준에서만 채워지길 바랐던 거지
자기는 자기 삶을 존중해주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사람이고, 나는 내 감정을 존중해주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사람인데
어느순간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니 나는 의심을 자기는 불만을 가지고 서로 미운 눈으로만 본 것 같아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 같았을텐데
예전 같으면 나도 자기도 서로를 존중해줬을거야
나도 자기가 못 본다하면 서운해하기보단 그럼 이 날은 어때?라고 제안을 했을거고, 자기도 내가 친구나 회사 사람들끼리 어딜 가면 공짠데 스트레스 풀고 오라 했을거야
그런 점에서 서로 많이 변하고 기대하고 상처받고 지친 것 같아
그럼에도 난 자기의 애정어린 순간들을 여전히 기억해
내가 처음 눈물을 흘렸던 날 함께 울어주며 날 안아줬던 순간, 신발 하나를 선물해도 정성스레 꽃에 담아 신겨주던 모습, 나를 생각하며 기른 화분, 아픈 날 위해 먼 타국에서 헤맨 모습, 나만 있으면 어디든 괜찮다던 결심어린 눈빛, 언제나 따뜻하게 잡던 두 손까지
아무리 상처받았어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들이야
그 사랑이 나를 많이 성장시켜줬고 여전히 날 행복하게 해
내 미래에 대한 욕심으로 나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부담과 불편으로 갔을 자기에게 더는 미래 얘기를 하지 않을게
널 지치게 했던 내 욕심을 반성하고 현실적인 문제는 물론 근본적인 마음을 고먹으려고 미친듯이 애쓸거야
더 이상은 맞춰 나가자 하지 않을게 그 핑계로 자기를 내 기준과 틀에 맞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품는 넓은 사람이 될게 더 이상은 반복되지 않도록
푹 쉬었으면 좋겠고 천천히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