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저장해두었던 너의 사진들을 정리함으로써 길었던 내 짝사랑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음달이면 29살이 되는 우리는 20살에 만났었다
밝은 청춘에 우리가 같은 길을 걸어가고있음에 기뻤고
너도 어느정도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생각에 설렜다
하지만 너는 날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고
항상 너의 마음은 다른 이를 향해 있었다
아니, 너무나 나를 제대로 바라봤기에 거리를 두려고 했던걸까
이를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스쳐지나갔을까
다른 이들에게 쉬이 할 수 있던 DM과 안부인사도
유독 나에게만 각박했던건 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생일선물이다, xx 선물이다 챙겨주었던 나와 다르게
내 생일에는 작은 책 한 권, 그것도 카카오톡 선물하기 판매량 1위를 보내준 것도
내가 서운했던건 내가 물질적인 사람이라서도 있지만,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라면 조금이라도 찾아보고 선물해주는 정성 정도를 기대했던건
날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8년동안 친구로써 같이 친하게 지낸 나에게 주는 인간적인 도리를 기대했던 것이다
날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자기계발서같은 책은 선물하지 않았을테니까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마주하고나서야 나는 비로소 안정에 들었다
너로 인해 나 혼자 의미부여하고 쓸쓸히 맴돌기를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을 하다가
이 사실을 나홀로 깨달은 후에 나는 그제서야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나도 어느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내 고백을 흐지부지 넘겨버리고 다른 이들에게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소문 냈을때
그로 인해 다같이 있던 단톡방이 깨져버렸을때
그 이후로도 내 친구들에게 내 험담을 종종 늘어두었을때
나는 그냥 모든 이야기를 듣지 못한 척 웃어넘겼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테니까'
그렇게 생각하지않으면 내가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랬다
그뒤로 시간이 지나 다시 아무렇지않게 만나게 되었을때도 난 그저 웃어넘겼다
그때까지도 나는 너를 좋아했기때문이었다
그 모든 일을 겪고서도 난 너의 얼굴만 보면 내가 쌓아온 마음을 자비없이 무너트렸다
그런 내가 너를 조금 더 쉬이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다
더이상 너는 내가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너와 마주칠 상황을 내가 피할테니까 너는 쭈욱 괜찮을거다
너를 사랑했고, 좋아했던 날이 후회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지금 기억 그대로 예전으로 돌아가도 난 똑같이 널 사랑할 것만 같다
그때의 너가 너무 좋았으니까
그러니, 너는 꼭 행복해라
좋은 사람 만나서 부디 행복해라
차마 너에게는 말할 수 없어 혼자서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