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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들아 안녕

단약 진행중이라 지금까지의 경과(?)를 정리하다가 비슷한 증상이 있는 여시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을 써!

 

나는 노잼인간이고 오랜만에 컴으로 들어와서 짤도 없고 글만 줄줄일거야.. 섹션 나눠서 쓸테니 필요한 부분만 읽어도 괜찮아!

 

 

[주요 증상]

불면+불안증세

 

불면증: 이틀에 한 번, 심하면 사흘에 한 번 잘 정도로 심했으나 이젠 늦어도 새벽 2시에는 잠들어! 불면증도 여러종류가 있다는데 나는 입면을 잘 못하고 다행히도 한 번 잠들면 잘 깨지는 않는 타입이야. 

 

불안장애: 특정 사건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거나 과한 스트레스가 오면 심장이 쿵 하면서 온 몸의 피가 발로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어. 그러면서 사고가 정지되고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돼. 급격하게 부정적인 사고회로가 활성화되면서 온 세상이 다 나쁘게 돌아갈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와. 그리고 그 날 밤은 못자는 날이야. 밤새 울고 다음날까지 진정이 안 되어서 계속 울고불고하면서 아무것도 못한 적도 있었어. 

 

 

[첫 병원 방문 계기]

하루는 잠을 아예 못 자고 밤을 꼴딱 새고 출근하고 하루는 퇴근하자마자 기절해서 잠드는 날이 계속됐어. 당연히 얼굴은 흙빛이고 불안한 심리 상태가 계속됐어.


그러다 출장가는 길에 산비탈(?) 같은 곳에서 낭떠러지 쪽으로 핸들을 확 틀어버리고싶은 충동이 들더라고. 엉엉 울면서 운전하는데 이건 진짜 사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를 지켜보던 동료(심리관련 전공)가 병원을 한 번 가보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해서 지금의 병원을 가게되었어. 정신과를 가보겠다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진짜 고마운 분이라 생각해!

 

 

[병원 찾은 방법]

여시 빅데이터 및 맘카페, 네이버 후기 등등을 이용했어! 

지역 달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몇 군데를 추천받았고 지역 맘카페도 잠입해서(비혼임..) 추천 병원이나 후기를 찾기도 했어! 그래서 몇 군데를 추리고 네이버 후기 등을 보고 가장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갔어. 병원을 찾는데도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처음 만난 선생님이 담백하고 좋은 분이었어. 

 

 

[발병 원인 및 계기]

(이건 내 얘기니까 스킵해도 돼!)

결론적으로는 사람 때문이었어. 

입사 1년차에 정말 못된 사람을 만나서 호되게 괴롭힘을 당했고 온갖 이상한 소문에 시달렸어. 난 그냥 조용한 사람이라 살면서 특별히 이런류의 이상한(?) 주목을 받을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괴롭힘 당하고 하니까 정말 못견디겠더라구. 정말 많이 울었고 술도 많이 마셨어.

그러다 2년차엔 그 사람이 퇴사했지만 나의 불안증과 불면증은 그때부터 시작됐어. 원인이 사라졌으니 이제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


사람을 못 믿겠고 저 사람도 내 앞에서는 웃지만 뒤에서는 내 욕을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람이 무서워졌어. 사람이 싫었고 그냥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어. 너무 괴로운 나날들이 계속되었고 이때 병원을 찾게 되었어. 그렇게 입사 2~3년차 동안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병원을 다니다가 4년차에는 병원을 안 다녔어. 

 

그리고 입사 5년차에 다시 병원을 가게 되는데.. 이때는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었고 처음 겪는 일이라 그냥 너무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또 예전같은 증상이 나오기 시작했고 다시 병원을 찾았어. 

입사 6년차에는 업무 특성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하는 파트로 가게 되었고 이게 또 원인이 되어서 증상이 악화되었어.

그러다 이제 7년차에는 사람을 덜 만날 수 있는 파트로 옮기게 되었고 집의 문제도 해결되면서 의사랑 같이 감량 및 단약을 진행중이야! 

 

 

[병원 다니고 약 먹은 기간]

입사를 기준으로 2~3년차에 약 1년 정도 약을 먹었고 마음대로 약을 끊었어. 다행히 수면제가 많이 남아있어서 크게 단약 부작용을 겪지 않았지만(찌릿한 두통만 있었음)또 다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니까 증상이 금방 돌아오더라고. 마음대로 단약하는건 정말 비추야. 

 

입사를 기준으로 5~7년차에 약 2년 정도 약을 먹었고 의사 지도하에 감량 및 단약을 진행중이야. 점진적으로 약 용량을 감량한지는 4달 정도 되었고 아예 단약한건 일주일정도! 현재 진행중이야!!

 

 

[나에게 맞는 약 찾는 과정 및 복용한 약]

처음 병원에 갔을 땐 무슨 검사를 했고, 병원도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갔어. 약을 주고 잘 듣는지, 힘든점은 없는지 등등을 살피고 힘들어하면 약을 바꿔줬어. 약을 바꾸고 신체 및 마음의 상태가 어떤지를 기록해서 의사선생님한테 보여주기도 했어. 약이 바뀌면 두통이 오거나 약효가 없거나 너무 잠이 오거나 속이 울렁거리거는 등의 소소한 부작용이 있었고, 맞는 약 찾는데까지 1~2달 정도 걸린 것 같아. 

 

결국 나에게 가장 적합한 불안장애약, 우울증약 등을 처방받아서 먹었고 약이 안정된 후에는 병원 방문 기간이 3주~4주로 길어졌어. 물론 중간에 힘들면 언제든지 오라고 했구. 약 용량은 내 상황과 증세에 따라 늘기도하고 줄기도했어. 

 

밤에 먹는 약은 기본으로 있었고 상황에 따라 아침약, 불안시 약 등이 추가되었다가 줄기도 했어. 수면제는 필요시 약이었고 가급적 잘 안 쓰기로하고 받았으나 남용도 많이했어.

 

특히 나는 입면이 잘 안되기 때문에 잠이 들 때까지의 침묵의 시간이 견디기 힘들었고 너무 무서워서 여러 수면제를 시도한 끝에 졸피뎀으로 정착했어.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이거처럼 빠르게 잠드는 약이 없었고 입면이 잘 안되는 나한테는 정말 이만한 약이 없더라고. 물론 나도 부작용을 겪기는 했어. 

 

 

[약 부작용]

1. 체중 감소: 처음 약을 먹었을 때는 입맛이 정말 없었고 세상을 등지고 싶어서 퇴근하면 수면제먹고 잠만잤어. 그래서 8kg정도 살이 빠졌고 물론 다 근육과 수분이겠지ㅋㅋ 이 이후로 체중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체지방이 미친듯이 늘어서 그거 줄이는데 지금 엄청 고생중이야. 

 

2. 수면제 남용, 과수면, 단기 기억 상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세상이 싫었고 잠만자고 싶었어. 그래서 주말에는 일어나서 또 수면제먹고 자고 또 자고.. 1/4개에서 시작한 수면제는 어느새 2알까지 늘어있었고.. 몽롱한 상태에서 그림그리고 카톡하고 기억 못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했어. 이런 상황을 말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수면제를 강제로 줄여주면서 못 먹게 하더라구. 

 

3. (심리적)약 의존: 이러다 평생 약을 못 끊으면 어떡하지. 수면제 못 끊는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나를 잡아먹는 순간이 오기도 했어. 의사 선생님한테 말했더니 병원에 오기 전에도 살았고 병원에 안 왔던 기간도 있었지 않냐면서.. 약은 다 끊을 수 있다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하더라구.

이런 시간도 있었는데.. 지금은 약을 안 먹고있고 이런 글도 쓰고 있다니.. 정말 감회가 새롭네. 

 

4. 기억력 저하: 약을 먹기 전에 비해서 기억력이 정말 많이 떨어졌어. 특히 가장 힘들었던 입사 3년차까지는 정말로 기억이 없어. 너무 힘들어서 무의식이 지웠나 싶을정도로 기억이 잘 안 나. 옛날 일은 정말 전생처럼 기억이 잘 안 나고 업무 관련해서도 잘 잊어버리고 깜빡해서 업무에 지장이 된 적도 있었어. 

 

 

[단약 후 증상]

어지러움, 울렁거림, 찌릿한 두통, 컨디션 널뜀 등.. 찾아보니까 브레인잽스라고 부르는 증상이더라구.

지금은 구름위를 걷는 것처럼 몸의 감각이 이상하고 온 몸의 힘이 다 빠져나가면서 어지러운 증상이 가장 힘들어. 1시간 전에는 컨디션이 좋았다가 갑자기 나빠지기도 하고 멀미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기도하고.. 갖가지 증상이 다 튀어나와. 이놈의 약이라는게 먹을때도 적응이 필요하고 끊을때도 적응이 필요하더라구.. 

 

 

[약 외에 극복을 위해 노력한 것]

1. 스트레스 피하기: 내가 어떠한 상황에 놓였을 때 힘들어하는지를 알게되니까 그 상황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어. 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나는 사람 때문에 힘든 거니까.. 사람을 최대한 안 만나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파트로 보내달라고 읍소했고 결국 그런 파트로 옮겼어. 업무량은 많아졌지만 스트레스는 훨씬 덜해졌어. 

 

2. 운동: 누워있는걸 제일 좋아하는 인간이었는데.. 일단 의사 선생님이 신체활동을 늘리라고 했고,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잠깐이라도 생각을 멈출 수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운동이더라구. 그래서 다양한 운동을 시도하고 격한 운동을 무리하면서 하다보니 재미가 붙었어. 힘들어서 엉엉 울면서 운동한적도 있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니까 다 추억(?)이 되더라구. 다행히 좋은 운동을 찾아서 고강도지만 즐겁게 운동하고 있어. 

 

3. 나를 사랑하기: 의사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가장 마지막에 배려받는 사람이 여시님이 아닌지 잘 생각해보라고. 가족도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그들을 위해서 다 양보하고 자신을 마지막 순위에 두지 말라고 했어. 


그래서 나를 위해서 맛있는 것도 먹이고 갖고싶은 것도 사주고 스스로를 좀 예뻐해주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 물론 요즘엔 소비요정님이 강림하셔서 과하게 소비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딜 가고 싶으면 연차내고 훅 놀러가기도하고.. 안달복달하지 않고 조금은 내려놓고 즐거운 일을 찾아가려 노력중이야.

 

4. 취미 만들기: 요즘엔 이직을 위해 영어도 공부하고 듀오링고로 제2외국어도 공부하고있어. 피포페인팅, 목공, 꽃꽂이, 베이킹 등 소소한 취미도 경험해보고 있어.  

 

 

[현재 상황]

운동 + 수면유도제 + 생활습관 변화로 말 그대로 열버중이야.

고강도의 운동을 2시간씩 일주일에 3~4번 정도 하는 중인데.. 근육통이 너무 심해서 다리를 절뚝거리기도 하고, 말 그대로 다운되어서 지쳐 쓰러져 잠들기도 해. 

수면 유도제는 마그네슘, L-테아닌, 상추진액, 멜라토닌을 먹고있어. 장기적으로 개선하려면 상추진액 꼭 먹어.

커피 안 마시기, 낮잠 안 자기로 생활습관을 바꾸려고 노력 중인데 쉽지는 않아. 못 지킨 날도 물론 있지만 노력이 가상하니까 개선이 있지 않을까ㅋㅋ

 

 

[고마운 사람들]

나는 사람한테 상처를 받았지만 또 사람한테 치유받기도 했어. 

오랜 친구는 내가 울면서 병원을 다닌다고 말했더니 같이 울면서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구. 그 말이 내가 들었던 말 중에서 감동적이었던 말 중에 하나야. 세상에 말해줘서 고맙다니.. 이런 따뜻한 사람도 세상에 존재하더라..

동료 중 한 명은 내가 약을 과용하는걸 알고 본인한테 전체 약을 다 맡기고 하루에 하나씩만 받아가라고 하기도 했었어. 참 귀찮은 일일텐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들이야.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해. 

 

 

[마지막으로..]

길고 긴 터널을 거의 다 지나왔고 앞에 빛으로 가득한 출구가 보이는 느낌이야. 내 상황이 좀 좋아지고 약 용량을 감량하는 4달 동안에도 위기는 찾아왔어. 내가 겪었던 힘든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오니까 정말 예전 기억들이 순식간에 되살아나면서 너무 무섭더라고. 또 스트레스 상황이 찾아왔을 때 못견디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운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야. 그치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말 그대로 열버중이야!

 

선생님도 완치를 얘기하지는 않아. 지금처럼 나를 둘러싼 상황이 좋을 때 마음의 근육을 키워둬서 상황이 안좋아졌을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나가는거라고 하더라구.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주변 상황이 변할 수도 있는거지만 나 자신도 변할 수 있는거니까. 

 

그러면서 장기적인 그림도 그려보려고 해. 의사선생님도 그렇게 조언했고.. 장기적으로 나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좋은 상황을 만들어나가려고 노력중이야. 

 

지금 힘든 상황에 있는 여시도 있을거고, 잠시 소강되었거나 힘듦이 과거형인 여시도 있을거라 생각해. 하지만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끝은 오더라구. 나도 이렇게 길고 긴 시간동안 힘들어할 줄 몰랐고 내 고통은 죽음으로써만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그치만 정말 누구나 말하듯 끝은 오더라. 정말 오더라. 

 

나도 완전히 단약한 것도 아니고.. 이러다가 병원에 달려가서 엉엉 울수도 있어. 그치만 지금 순간은 누군가에게 끝은 온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힘은 생겼어. 

이 글이 병원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약에 대해 겁내서 자세히 알고 싶은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게 뭐라고 두 시간이 걸리네 ㅎㅎ 늦은 밤 갬성에 취해 쓴 글이라 내일 아침에 부끄러워서 삭제할지도 모르지만.. 다들 평안한 밤을 보냈으면 좋겠어!

 

그럼 이만... 안녕!! 




 
익인1
공감가는글이다!! 상추진액 한번 검색해볼께!! 고마워😘
4시간 전
글쓴이
맛은 별로지만 잠에는 최고야.. 잠이 보약이니까 몸 잘 챙기자!!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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