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가 만수무강했으면 좋겠어 아픈데 없이 백살 넘어까지 오래오래 사시면 좋겠어 내가 태어났을때부터 7살때까지 엄마아빠 맞벌이 한다고 할머니집에서 나 키워줬거든 엄마아빠보다 난 할머니가 더 좋아
이제 할머니가 곧 89세가 되는데 근 몇년전부터 아픈 곳이 엄청 많아지고 살도 엄청 빠져서 왜소해졌어 원래 풍채 좋았거든
녹내장 말기,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골다공증 등등 여러 질환이 있고 그런데 할머니가 요즘 몸이 안 좋고 병원에도 왔다갔다하고 입원하고 검사하고 그러니까 엄청 갑갑해해
어디가 아픈데 빨리 안 아프게 해줘라, 약줘라, 고쳐줘라 엄청 조급해하고 아픈걸 못견뎌하고 잉잉 울고 그래... 할머니가 이렇게 잘 우는 사람인줄 몰랐어
엄마 말로는 나이가 들수록 어려지고 어리광 심해진다고 하는데.. 할머니의 자식들은 할머니를 별로 신경 안써
그래서 더 걱정되고 할머니 불쌍하고 슬프고 안아팠으면 좋겠고 그래.. 엄마랑 아빠가 그 나이쯤 되면 마음을 편하게 먹고 좀 받아들일건 받아들여야하는데 할머니는 호들갑이랑 엄살이 심하대
물론 해결될 수 없는 질환들이긴 한데 할머니가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우는거 보니까 너무 마음이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