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키움 히어로즈가 국가대표 출신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2026년 신인 드래프트 1, 4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10억 원에 KIA로 트레이드시킬 때 구단 보도자료에서 눈에 띄는 단어가 ‘미래’였다. ‘이번 트레이드로 구단은 2026년 상위 라운드 지명권을 확보함으로써 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라는 내용이었다.
키움이 미래를 위한 준비를 내세우며 전격 트레이드를 단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BO가 2020년 4월 이사회에서 지명권도 트레이드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이후 모두 8차례 지명권이 포함된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키움을 향해 야구계에서는 ‘셀링 구단’이라고 지적한다. 몇 년 동안 주축 선수를 내보내고 유망주 수집에 집중하는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키움 팬들은 ‘미래’를 앞세워 스타급 선수들을 판매하는 구단의 방향성에 강한 실망감을 드러내지만 구단은 팬들의 반응을 인지하면서도 ‘실리’를 앞세운다.
트레이드뿐만이 아니다. 키움은 내년 시즌 외국인 투수를 투수 2명 타자 1명이 아닌 투수 1명 타자 2명으로 결정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명분은 있다. 팀의 간판 타자인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타선 보강을 위해 외국인 투수보다는 타자가 더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 연속 꼴찌를 한 팀의 이런 행보는 리빌딩이 아닌 탱킹(더 좋은 유망주를 뽑기 위해 고의로 패하거나 전력을 약화하는 운영 방식)에 가깝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12월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이 발표한 2024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을 살펴보면 LG 트윈스가 138억 5616만 원으로 샐러리캡(경쟁균형세)의 24억 2989만 원을 초과했고, 10개 구단 중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이 100억 원을 넘지 못한 건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 둘뿐이었다. 그래도 NC는 94억 7275만 원으로 100억 원에 근접했지만 키움은 56억 7876만 원으로 크게 모자랐다. 샐러리캡 114억 2638만 원의 절반도 못 채운 셈이다.
조상우의 트레이드가 발표된 날 한 해설위원은 키움의 행보에 다음과 같은 불편한 메시지를 전했다.
“모든 구단들이 똑같은 비용을 들여 팀을 운영하기 어렵지만 샐러리캡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구단 운영을 하면서 팀 주축 선수들을 트레이드로 넘기고 지명권을 받는 형식의 키움 행보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프로야구는 팬들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인데 지금의 키움은 팬심을 외면하는 구단 운영을 하고 있다. 겉으로는 신인 유망주들을 성장시키고 안우진, 김재웅 등이 합류할 때까지 리빌딩을 외치고 있지만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프로가 왜 프로여야 하나. 선수한테만 프로 마인드를 외칠 게 아니라 구단도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키움의 행보는 전혀 프로답지 않다.”
키움은 최근 히어로즈 창단 당시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 투자금을 둘러싼 분쟁으로 소송이 이어졌는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홍성은 회장이 히어로즈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75억 원 규모의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물론 키움이 항소할 경우 2심이 진행되겠지만 홍성은 회장 측은 이후 재판에도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 터라 향후 히어로즈의 재정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키움의 불안한 상황을 빗대 “키움이 재정 확보를 위해 긴축 재정을 하고 돈을 끌어모으는 방식의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구단 환경이 선수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히 우려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84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