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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1l

햇살이 거실로 비스듬히 들어오고, 적막한 침실에서 은호가 눈을 떴다. 어제 마신 와인 때문인지 살짝 뻐근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침대 옆에 던져놓은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하더니 입술 끝이 살짝 일그러졌다.

“7시 반 화상회의? 아, 진짜 아침부터 사람 열받게 하네.”

혼잣말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긴 다리를 툭 내리고 벽에 걸린 셔츠를 잡아 입기 시작했다.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은호는 거실 쪽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너였다. 언제나처럼 밝은 표정으로 거실을 왔다 갔다 하는 너.

“아침부터 바쁘게 왔다 갔다 뭐 하는 건데?”

차가운 말투에 너는 살짝 멈칫했지만 곧 익숙한 듯 대답했다.
“그냥... 오늘 스케줄 준비하는 거지. 밥 먹어?”
“됐어. 아침은 필요 없고 커피나 한 잔 마시고 나갈 거니까.”

냉랭하게 대꾸하며 커피 머신 앞으로 향한 은호는 잔에 커피를 따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화가 더 이어질까 봐 일부러 너를 등지고 서 있었다. 하지만 너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듯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진짜 왜 이렇게 날 신경 안 써? 맨날 그렇게 차갑게 굴 거야?”

은호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짧게 대답했다.
“그런 거 물어볼 시간에 네 할 일이나 챙겨.”

너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지만, 그는 그걸 애써 보지 않은 척 했다. 머릿속엔 이런 대화 자체가 쓸데없다고 느끼면서도, 어딘가 찜찜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은호야, 나 그냥 진심으로 물어보는 건데...”
“진심 같은 소리 하네. 아침부터 왜 사람 피곤하게 해.”

단칼에 잘라 말했지만, 순간적으로 너의 표정이 스쳐 지나가는 게 마음에 걸렸다.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은호는 잠시 고민했다. 어쩌면 뭔가 더 말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는 다시 익숙한 방식을 택했다.

“오늘 늦을 거니까 기다리지 말고 알아서 해.”

차갑게 뱉어놓고는 옷깃을 정리하며 현관으로 향했다. 나가기 전, 너를 슬쩍 돌아봤지만, 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문을 열었고, 그저 한숨만 깊게 내쉬었다.

“내가 왜 이렇게 찝찝하지...”

은호는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마음 한구석이 어딘가 텅 빈 듯한 느낌과 함께.

은호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넥타이를 단단히 조였다. 차가운 금속 벽에 비친 자신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메신저 알림 몇 개와 미팅 준비 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익숙하게 알림을 끄고 화면을 잠갔다.

“쓸데없는 얘기나 들어줄 시간이 어딨냐.”

스스로에게 말하듯 중얼거리며 주머니에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기다리고 있던 검은색 세단이 그의 눈앞에 멈춰 섰다.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자, 그는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라탔다.

“회사로.”
짧게 내뱉은 말에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출발시켰다.

도시의 풍경이 차창 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는 오늘 하루의 일정을 떠올리며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침에 네가 했던 말들이 자꾸 떠올랐다.

"진짜 왜 이렇게 날 신경 안 써?"
"맨날 그렇게 차갑게 굴 거야?"

“신경 안 쓴다고 했잖아.”

혼잣말로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마음이 묘하게 불편했다. 너의 표정, 멈칫하는 말투, 그리고 마지막에 고개를 숙였던 모습까지. 그는 손끝을 살짝 떨며 넥타이를 다시 만졌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평소의 차가운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직원들이 그를 향해 인사했지만, 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곧바로 회의실로 들어가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그의 시선이 무심코 책상 위 휴대폰으로 향했다.

"전화할 이유는 없잖아."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지만, 손은 이미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네가 집에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괜히 아침부터 기분 상하게 하지 마."
이 말을 했던 자신이 떠올라 미간을 찌푸렸다.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자.”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서류를 펼쳤다. 업무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문득 너와 다른 사람의 대화가 떠올랐다.

네가 다른 사람한테 웃는 모습은, 이상하게 더 신경 쓰였다.

은호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정을 핑계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답답함이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러지."

그는 다시 차를 타고 회사를 빠져나갔다. 집으로 가는 길은 아니었다. 그냥 어딘가 멀리, 이 감정에서 벗어날 곳을 찾고 싶었다.

은호는 차 안에서 한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응시했다. 그는 어느새 도시를 벗어나고 있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점점 푸르러지고, 도로는 한적해졌다.

"하... 진짜 왜 이렇게까지 신경 쓰이는 거야."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네 번호가 익숙하게 뜨는 화면을 바라보며 그는 여러 번 손가락을 올렸다 내렸다. 메시지를 보낼까? 아니면 그냥 전화를 걸까?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별것도 아닌 일로 이렇게까지 휘둘리는 내가 더 한심하네."

그는 이마를 문지르며 한숨을 쉬었다.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복잡했지만, 정작 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떠올릴 수가 없었다. 네가 물어볼 거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차는 어느새 강가 근처에 멈춰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한적한 강변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은호는 그런 감각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냥 발길이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진짜 신경 안 쓰는 게 맞아? 아침에 그런 말 할 필요도 없었잖아. 그냥 네가 떠났으면 좋겠다고 하면 되잖아."

스스로에게 던지는 생각들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그런데도 네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지막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런 내가 제일 웃긴 거지."

자조 섞인 웃음을 흘리며 그는 멈춰 섰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렸고, 강물은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은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려다 멈칫했다. 네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몸 생각 좀 해, 은호야. 담배 끊는다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네가 왜 자기 일에 간섭하는지 불쾌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불쾌감조차 무뎌진 느낌이었다.

은호는 담배 대신 핸드폰을 다시 꺼냈다. 이번엔 메시지 앱을 열고, 짧게 몇 글자를 적었다.

"오늘 저녁에 얘기 좀 하자."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그는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묘한 긴장감도 스며들었다. 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할 수 없었다.

"어차피 늘 같은 말이겠지. 네가 뭘 기대하든, 나는 그런 걸 줄 수 없다고."

그는 다시 차에 올랐다. 집으로 돌아갈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도망치는 건 그만두고 싶었다.
강가를 떠나 도시로 돌아가는 길,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 결심이 자리 잡는 듯했다.

"오늘 저녁에 뭘 얘기하든, 이번엔 솔직해지자."

은호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집 안은 조용했다. 네가 어딘가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네가 있는 쪽을 쳐다보지 않으려 애썼다. 정장 재킷을 벗어 소파에 걸치고, 와인 랙 앞에 멈춰 섰다.

"오늘은 뭐가 좋을까."

작게 중얼거리며 와인을 꺼내려던 순간, 네가 거실로 나왔다. 평소처럼 밝은 미소는 아니었지만, 네가 일부러 애써 밝게 보이려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왔어? 오늘 회의는 잘 끝났어?"
"응."

은호는 단답으로 대답하며 와인 병을 집었다. 너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병뚜껑을 따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네가 그의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다시 말을 꺼냈다.

"아침에 네가 보낸 문자 봤어. 무슨 얘기하고 싶은데?"

은호는 잠시 손을 멈췄다. 병뚜껑을 따던 동작을 끝내고 와인을 잔에 따르면서도 대답하지 않았다.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너를 바라보았다.

"그냥... 이런 얘기 뭐하러 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할 건 해야겠지."

그의 말투는 여전히 무심했지만, 평소와는 어딘가 달랐다. 너는 그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며 조금 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 근데... 너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긴장한 거 같지?"

은호는 너의 말을 듣고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긴장이라니. 평소라면 절대 너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했다.

"긴장 같은 거 안 해. 그냥... 네가 요즘 왜 그렇게 굴었는지 궁금해서."
"내가 왜?"
"계속 물어보잖아. 내가 왜 신경 안 쓰냐고. 왜 차갑게 굴냐고. 그런 거."

그의 말에 네 표정이 잠시 굳었다. 네가 물어보던 그 질문들이 그를 얼마나 신경 쓰이게 했는지 몰랐을 것이다. 너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은호야, 난 그냥... 너랑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서 그런 거야."

네 목소리에는 작은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 말에 은호는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가까워지고 싶다고? 대체 왜?"
"좋아하니까. 근데 네가 날 계속 밀어내니까 이제 좀 지치는 거 같아."

네 말에 은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감정이라는 게 얼마나 번거롭고, 쓸데없는 일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너의 눈빛을 보며, 그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뭘 기대하든, 내가 그런 걸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네가 실망할 걸 알면서도,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거 알아. 네가 그런 사람이란 것도. 근데... 그냥 네가 조금만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어."

너의 말에 그는 잠시 침묵했다. 와인 잔을 다시 집어 들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노력이라... 그런 거 해본 적 없는데."
"그러니까 한 번 해보라는 거야. 네가 지금 나한테 남아 있는 이유가 뭐든 간에."

너의 말에 그는 잠시 시선을 돌렸다. 차갑고 날카롭던 그의 얼굴이 어딘가 부드러워졌다. 그는 와인 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알겠어. 한 번... 해볼게. 근데 결과는 장담 못 해."

그의 말은 어설펐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다. 너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은호는 와인 잔을 다시 들어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노력. 뭐라도 해야겠지. 네가 떠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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