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감이 좀 뛰어나게 좋은 편이긴 해. 어렸을 때부터 예술 계열은 다 잘했고, 지금도 미감, 감각 좋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고 업계에서도 나름 아는 사람들은 알아줄 정도의 위치까지도 왔는데
외적으로 그렇게 뛰어나진 못 하단 말야. 물론 옷 입고 머리 하고 꾸미는 건 좋아하는데 막 특출나게 예쁘지도 몸매가 좋지도 않고 딱 평범한데 꾸민 애 그 정도야
근데 내 친한 친구 중에 이번에 결혼하는 애가 나보고 감각 좋으니까 좀 도와달라고(많이 친한 친구야)
자기 웨촬 하는 스튜디오, 샵부터 해서 자기 신혼집 고르는 거, 인테리어 같은 거 싹 다 나보고 봐달라고 거의 몇 주 내내 카톡오고 디엠 오고 이러는데
처음엔 평소엔 연락도 잘 안 되면서, 자꾸 내 일도 아니고 자기 결혼하는 거 가지고 사람 귀찮게 구는 거 좀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지금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로 인스타에서도 3만 팔로워 정도 있는데, 얘가 자기 집 꾸미고 하는 거 나한테 전적으로 다 맡긴다고 했거든? 인스타 자기도 키워보겠다고.
근데 처음엔 흔쾌히 오케이 ㅇㅇ 해준다고 했는데, 얘는 진짜 예쁘게 생겼고 하-얗고 몸매도 개좋고 솔직히 그냥 인플루언서 라는 단어에는 얘가 훨씬 더 잘 어울려
그래서 내가 집 다 꾸며주고 인플루언서 될 수 있도록 컨설팅 비슷하게 하면 얘가 나보다 더 잘 될 것만 같은 거임.. 그래서 내 능력을 나누기가 싫어졌어
얘는 내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서 나한테 맡긴다는데 나는 얘가 내 능력을 빌린 뒤에 나보다 더 잘 될까봐 벌써 자격지심 느껴짐 ..
ㄹㅇ내가 생각해도 못났고 질투심 레전드인 건 아는데... 돈도 안 받고 그냥 열정페이로 웨딩부터 집까지 내가 하나하나 다 손 봐줘서 남 좋은 일 해주는 걸까봐
정말 내 도움이 필요해서라기 보단 내 도움을 발판 삼는 느낌이 들어서 점점 카톡도 안 읽게 되고 연락도 잘 안 하게 돼.. ㅎ 나 진짜 못났지.. ^^...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어서 인티에만 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