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이고 그냥 지금 기분이 뭔지 모르겠어서 털어놓듯 말하는거니까 귀찮으면 지나가줘
가정폭력이나 그런건 아니고 그냥 평범한 가정이었는데 나 혼자 엄마한테 쌓인게 많았어. 큰딸이라 어렸을때부터 엄마 속상한거, 화나는거, 짜증난거 다 받아주는 입장이 나였고 내 감정은 죽여야 했던 것 같아
그게 나도모르게 쌓였던 건지 작년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약을 먹다가 얼마전 본가 방문한 날 엄마한테 들켰어.
엄만 그게 충격이었나 봐. 엄마 눈엔 내가 늘 "완벽한 딸"이었으니까. 그 후로 몇주 서먹하게 친한척 하시고 난 원래 말투가 엄마한정 덤덤한데 그것도 서운하다 하시고 그러시길래 내가 나 미친거 아니니까 애쓰시지 않아도 된다 하고 말 끊고 그랬었거든.
그리고 어제 싸웠어. 아니 갑자기 일방적으로 분풀이같은 속풀이를 하셨어. 내가 잘못한거면 말을 해달라고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데 너무하지 않냐고 뭐 그런. 평소같았으면 그런거 아니다, 서운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하고 말았을텐데 나도 뭔가 지친거였는지 문자로 하기엔 손아프니 내일 조금 감정 추스리고 전화로 하자 했어.
그렇게 오늘 아침 전화 하자마자 와다다 쏟아냈어. 이거 쏟아내고 엄마 얼굴 안 볼 각오로 가장 어린시절 속상했던것부터 감당하기 힘들었던 엄마 푸념, 내 잘못 아닌데 엄마 기분 안좋았다는 이유도 더 크게 혼난것, 그걸 짚으면 세상 호로자식인것처럼 말하던것, 난 못하게 했던 모든것이 동생들은 허락됐던것 등등 다 쏟아냈어.
그러고 엄마가 욕하실 것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과장이 아니고 나 엄마한테서 미안하다는 말 처음 들어서 그냥 그때부터 벙져서 그냥 듣고만 있었어.
엄마는 내가 말한 서운했던 일 하나하나 다시 짚으시면서 이것도 미안하고 저것도 미안하고 하물며 내가 미처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운했었던 것도 미안하다며 엄마 말끝에 늘 붙던 변명 한마디도 없이 다 미안하다고만 하시더라.
그러다가 정말 어영부영 괜찮아요 사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끊었어.
지금은 그냥 멍해
내가 약 30년간 엄마한테 쌓였던 모든게 겨우 40분 남짓 되는 전화통화 하나도 다 풀린것 같아서 황당하고 좋은 것 같으면서도 그냥 멍해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오랜만에 집 대청소도 해봤는데 그냥 아직도 얼떨떨 해
음...
뭐...
그냥 그렇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