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로 무섭길래 복도에서 마주쳐도 애들이 슬금슬금 모른 척 피해갔는데 사실 나도 담임선생님 뵈러 갔다가 교무실에서 자주 뵀어도 한번을 웃고 있는 걸 못봤어
근데 내가 뽀시래기 때부터 세뇌된 인사봇이라 사람 가릴 틈이 없이 일단 어른이면 정수리가 자동으로 중력의 힘을 받거든
그래서 마주칠 때마다 꾸벅 인사드렸는데 그렇다고 “어 그래”조차 들어본 적이 없어
그나마 언제부턴가 어 알겠어란 느낌으로 고개만 아주 조금 까딱?
어차피 차가운 이미지라 그러려니했는데 그렇게 몇달 지나고 어느날 마주치자마자
“너 이리와봐”라면서 교무실로 따라오래
소심해서 속으로 나 대체 뭘로 혼날 예정이냐며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었는데 진짜 아무 말도 없이 노트북에서 뭘 클릭클릭하더니 인쇄해서는 주고는 “가”이러심
공부 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인가해서 아무 생각없이 들고 반으로 돌아갔는데 옆자리 애가 이거 전교 30등까지만 받아가는 시험지인데 이걸 왜 내가 갖고 있냐고 묻더라고
지금 보면 그 선생님이 츤데레? 그런 성격이었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