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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기면증인가 생각했던 적은 고등학생 때야

친구에게 책에서 읽거나 알게 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너무 좋아했던 나는 항상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읽고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표시하거나 따로 공책에 옮겨 적었어.

성적도 진학반, 취업반 나눠진 학교에서 진학반의 중간등수를 유지해가며 학교 생활을 했지.

수업을 받지 않는 선생님들께서도 밝고 인사 잘하는 나를 아주 예뻐하셨고, 나를 모르는 선생님은 없을 정도였어.

나는 어느 날부터 수업시간이나 내가 책을 읽는 시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시간 중간중간 갑자기 고개를 떨구거나

눈을 아예 감아버리는 순간들이 많아졌어.

열심히 수업하시는 선생님과 눈을 맞춘 채로 눈을 감아 버리고, 책을 읽던 도중 갑자기 온 몸에 힘이 풀려 책을 놓치거나 친구들과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와중에 꾸벅하고 순식간에 졸아버렸어.

그래서 선생님은 자신을 농락한다 생각하여 나를 매 수업시간 마다 일으켜 세워 수업이 끝날 때까지 수업을 듣게 했어.

물론 서있는 와중에도 휘청 휘청 순간마다 몸에 힘이 풀렸던 적도 많아.

친한 친구는 왜 자기가 이야기 하는 도중에 잠이 드냐고 화낸 적도 있고, 내가 이야기를 시작해도,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도 

나빠져서 항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이야기를 끝내고 말았어. 책을 보는 것이 즐겁고 좋았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책을

멀리하기 시작해. 왜냐면 책을 볼때마다 꾸벅꾸벅 조느라 진도도 안나가고 집중도 안되서.

그리고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하다가 아예 책상 위에 엎드리고 자고 있는데 꿈속에서 방구끼는 꿈을 꾸는 바람에 현실에서도

큰 소리로 방구를 껴 모든 반 학생들이 웃어서 부끄러웠던 적도 있고 (남자선생님 수업이었어)

어떤 선생님은 아예 나를 교탁 앞에 불러서 밤마다 뭐하길래 이렇게 자냐고 야동보냐면서 혼내고, 어느 순간 나는 잠많은 학생으로 

찍혀있었어. 나는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이겨내기 위해 나의 상태에 관하여 공부하기 시작했찌. 

내 행동들을 관찰한 결과 특정한 행동들이 있었어.


첫 번째, 증상이 오면 순간적으로 눈꺼풀에 힘이 풀려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있다.

두 번째, 증상이 오면  순간적으로 온 몸에 있는 근육에 힘이 빠지면서 크게 휘청거리거나 꾸벅인다.

세 번째, 이 증상에 전조 증상 같은게 있었는데, 항상 머릿속에 어떠한 상황극이 펼쳐지면서 몰입하거나, 

어떤 일을 하다가 딴 생각에 빠지면 거의 90% 증상이 발생했어.

네 번째, 졸려서 졸았다가 눈을 뜨면 피곤함이 가시지 않는데, 이 증상에서는 증상이 발생하고 나서 내가 눈을 감았거나 꾸벅인 것을

알아채지도 못할만큼 졸기 전 상태로 돌아와 있었어. (ex. 빅뱅 노래를 부르다가 잠깐 증상이 나타났다 다시 깨어나면 부르다가 끊긴 

다음 소절을 부른다.) 

다섯 번째, 전 날 수면의 질과 양이 좋으면 덜 일어 났고, 너무 피곤하고 수면의 질도 좋지 않았으면 심해졌어.


검색해고 찾아보니 일치한 병명은 기면증이였어. 단지 졸음이 많았던게 아니라 병이었어.

생긴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나의 추측으로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 밤마다 컴퓨터 사용으로 인해 

망가진 내 패턴이 문제 인 것 같았어... 그 시기때부터 기면증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지만 탈모도 심하게 왔어

탈모는 어른이 된 지금도 진행 중이야. 어린 시절 머리카락을 한 손에 모아 잡으면 줄다리기 줄만큼 두꺼워서 매번 미용실에서 

숱을 쳤는데, 지금은 아무리 끌어모아도 아메리카노 빨대 정도야.


이미 생긴 증상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시절까지도 계속 되었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져왔어.

사회생활에서도 물론 오해를 엄청 받았지, 쟤 일 안하고 또 존다고 뒤에서 수군거리고 손가락질 하고.

손으로 베어링을 분해하는 작업인 생산직을 했었는데 그때는 악으로 오기로 버텨서 증상이 와도 온 몸에 힘이 풀리지 않게 

목과 얼굴 근육에 힘이 풀려서 눈이 감기고 고개가 떨어져도 정신을 붙자고 목 아래 근육들에 힘을 주어 손을 움직여서 눈감고도 베어

링을 분해했어. 하지만 같이 일하던 어린 남자애가 우리의  업무를 관리하던 담당자에게 계속 컴플레인을 걸었어. 같이 일 못하겠다

고. 돈은 똑같이 받는데 저 사람은 계속 존다고. 억울했던게 증상을 이겨내면서 작업했던 나보다 걔는 작업량이 턱없이 작았어. 

졸면서 하는 나보다 작게 햇으면서 뭐가 그렇게 당당하다고.. 지금 와서 그때 왜 따지지 못하고 싸우지 못했던게 가슴속에 남아있어.

그리고 다른 직장에서 도면을 보는 작업도 했었는데, 보는 작업이 무척 조용하고 집중해야하고 지루하기도 해서 증상이 너무 심하게

왔었고, 마찬가지로 관리자에게 주의를 많이 받았어. 약을 먹고 싶어도 검사를 받고 병명이 나와야 약을 받을 수 있는데,

병원에서 검사를 하면 100만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검사비용으로  인해 검사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왔어.

그러다 한의원에서 수면에 대해 다루고 기면증 검사도 할 수 있다길래 방문했고, 한달 동안 먹을 수 있는 한약을 처방 받았어.

그때 돈으로 30만원 이었던 것 같아. 나에게는 큰 돈이었지만 돈보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망설임없이 결재를 했지.

너무 신기한게 약을 먹는 날은 증상이 거의 95% 나타나지 않았어. 그래서 너무 행복했고, 신기했어. 

하지만 너무 비싼 약값에 약을 아껴아껴 먹었어. 주말에는 안 먹고 일하는 평일에만 먹고, 조금씩 남겨서 하루치를 만들어 먹고, 

그렇게 한 달치를 두 달 가량 먹었는데, 너무 힘들더라.....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았어, 잠도 잘 자보고 먼가 딴 생각에 빠져 증상이 시작되려고 하면 얼른 일어나서 머릿속을 환기

시킬 때도 있고, 너무 버티기 힘들면 화장실가서 잠시 눈을 붙히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았어. 


어느 날은 일을 할 때 갑자기 운전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게 되었어. 물론 기면증 환자에겐 운전이 위험하니까 운전을 안해도 되는 곳

에 면접을 보고 붙었는데, 점점 회사에서 나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 졌고, 결국엔 운전까지 하게 되었지.


처음엔 너무 무섭고 면허 따고 처음 하는거라 초긴장상태여서 그런지 증상이 오지 않았어. 운전 미숙으로 인한 가벼운 차사고는

몇 번났지만 기면증으로 인한 차사고는 나지 않았어. 그러고 몇 년이 흘렀고 운전에 아주 능숙해진 나는 또 증상이 시작되고야

말았지. 하지만 나에게 법칙이 있었어. 


첫 번째, 40분 이내 거리만 운전한다. (그 이상은 무조건 휴게소나 졸음휴게소에 들리자.)

두 번째, 내가 아주 좋아하는 라디오나 이야기(공포라디오)만 들어도 되는 무언가를 틀어놓고 집중한다.

세 번째, 증상이 나타나면 그 즉시 창문을 열고, 내 몸 상태에 초 긴장과 초 집중한다. 

네 번째,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절대 혼자 운전하지 않기.


이 네 가지를 지켜가며 안전 운전을 했어.


하지만 어느 날 새벽에 30분 정도를 혼자 운전해야하는 상황이 왔어. 그래도 나에겐 운전은 최대 40분까지는 가능하다. 라는 선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자. 하고 운전대를 잡았지. 하지만 내 몸상태는 30분도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운전하는 도중에

갑자기 증상이 시작되었어.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는 나는 빅마마노래를 틀어놓고 고음부분을 아주 크게 부르며 딴 생각하지 않고 

집중해서 운전을 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결국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눈을 떴을땐 바로 손바닥 한 뼘 앞에 빨간 신호에서 이제 막 

초록불로 바뀐 신호에 출발하려던 모닝의 브레이크 등이 꺼지는게 보였다가 다시 눈이 감겨버렸어.

60키로를 밟고 있던 나는 그대로 차를 들이 박았고,

다시 정신이 돌아온 나는 내가 차를 박았는지도 모를 만큼 어안이 벙벙했어. 분명히 방금까지 내 눈 앞에 모닝이 있었고, 잠시 

증상으로 인해 꾸벅했던 나는 이미 사고가 나버린 차에서 내려 멀뚱히 서있었지.

모닝에서 사람이 내리고 너무 아파하는 여자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차리고 여자분께 달려가 울면서 죄송하다고 했어.

다행히 둘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크게 다치지 않았어..


그래도 그 이후로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던 나는 또 한 번의 큰 사고를 겪을 뻔했고 다행히 함께 타고 있던 친구의 도움으로 인해

사고가 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어.


지금은 운전 안 해.. 왜냐하면 운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해서 뱃속에 이쁜 아가도 있거든...

절대 내가 운전 못하게 하고 어딜 가든 차로 잘 데려다 줘 ㅎㅎ 장거리 운전에 잠이 오면 

옆에서 편하게 잠들고 잠든 내가 하나도 밉지 않데.. 보조석에 앉은 사람이 잠에 들면 미울 수도 있잖아..ㅠㅠ 그렇지 않데

그래서 항상 고마워.. 


인스티즈 구경하면서 시간 떼우다가... 문득 여기에 나와 같이 기면증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해서 적은 글이기도 하고, 함께 그 힘들었던 순간을 공감하고 위로해주고 싶어서 적은 글이야!

나도 너무나 힘들었던 경험이고.. 지금도 가끔씩 힘들긴 하지만 도움도 받고 내 의지로 노력해서 이겨내고 있어!

기면증이라는게.. 아직까진.. 완치가 없고 평생 가져가야 한다고 하지만 의지로 충분히 증상을 줄일 수 있으니까.. 함께 이겨내보자!!

올해 행복한 일 많이 생기고 돈 많이 벌어서 부자 되장!! ㅎㅎ 화이팅!!


긴 글 읽어줘서 고마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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