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이라 18살부터 취업하고 23살까지 쉼없이 5년을 달렸음.
매일 야근하고 6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해서 11시에 퇴근해 집 오는 생활을 반복했음.
나는 집이 인천이였고 회사는 서울끝자락이였음. 출근길만 지하철을 3번 갈아타고 버스타서 왕복 4시간 걸렸던 거 같아
변명같겠지만(사실 변명임..ㅎㅎ)
매일 야근하고 쉴 시간이 없다보니 집은 더러웠고 빨래는 쌓였고 배달음식 쓰레기가 넘쳐나기 시작했음.
매주 집이 더럽다는걸 깨달을 때마다 50리터 쓰레기봉투에 분리수거 없이 그냥 다 담고 배출했어...
시기상 아마 저때부터 우울증이였겠지.
그렇게 살면서 3년 전 코로나 걸렸을 때 혼자서 끙끙 앓아가며 직장에 병가내고 쉬었는데 코로나 완치 후에도 회사에 나가기 싫더라.
겨우 몸을 일으켜 회사에 출근한 뒤 한 달 쉬겠다고 하니까 팀장님이 내 상태를 보고서 그러라고 허락해줬어...
그뒤로 한 달간 치유는 커녕 히키코모리 생활이 시작됐음.
원래도 게임을 좋아했던 내가 그동안의 보상심리로 하루 24시간 중 18시간을 게임했음. 밥은 배달음식을 계속 시켜먹고 쓰레기는 그냥 바닥에 던졌어.
같이하자는 디스코드 메시지 알림이 가득 차면서 집도 쓰레기로 가득 찼음.
쓰레기가 무릎까지 차있어서 자고 일어나면 침대에서 점프해서 의자로 뛰고 그랬음ㅋㅋ
구더기가 모니터를 기어다닐 정도로 벌레가 엄청 많았는데 애써 무시했어.. 음식물쓰레기였던게 벌레 알로 가득찼다고 해야하나ㅋㅋ 집에 냄새도 진짜 엄청났음.
쉬겠다고한 1개월이 지났는데도 집밖을 못나가겠어서 3개월 잠수탔더니 팀장님께서 보낸 장문의 카톡과 함께 퇴직금 입금되었음. 그때 보낸 메시지는 너무 무서워서 아직도 못읽었어. 디스코드는 분마다 들여다 봤는데 문자랑 카카오톡은 못열겠더라
퇴직금이랑 모아둔 돈으로 5개월을 더 저렇게 살았음.
히키코모리 생활이 시작된지 6개월째, 돈이 다 떨어짐. 일단 카드로 전부 결제함.
다음달 카드값 낼 돈이 없으니 대출을 받음.
그 다음달 카드값을 메꾸려고 대출을 받음.
그 다다음달 카드값을 메꾸려고한 대출을 갚으려고 대출을 받는데 거절됨.
모 당연한 결과였겠지..ㅋㅋ 일도 안 하고 돈도 없는데 대출 승인날리가?
그 뒤로 집에 물도 끊기고 전기도 끊기고 다 끊김....
하나 알게된 게 있는데 전기 끊기는 거 바로 끊지는 않는다? 미납 3개월 되어야 끊기고 끊은 후에도 약간의 전기는 쓸 수 있음
웃긴건 그때 게임을 못하니까 그제서야 실감났는지 부모님한테 살려달라고함. 불효자 레전드.
사실 부모님이 이 지경이 되기 전에 한 번 집에 오셨는데 내가 문 다 잠그고 안 열어줬음
엄마가 이 집꼬라지를 보는게 너무너무 무서워서 안 열어줬는데 그때 열어줄 걸 그랬다..ㅋㅋ
그 뒤로 엄마가 오셔서 내가 배고프다고 하니까 집 앞 감자탕 사주셨음..
4일 굶고 먹은거라 울면서 먹느라 무슨 맛인지도 기억 안나더라.
엄마랑 오빠랑 아빠랑 다 와서 집을 치우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으니까 치우는데 5일정도 걸렸었음.
엄마가 내 머리카락이 너무 뭉쳐있으니까 미용실에 데리고 가려했는데 내가 그냥 가위로 전부 잘랐음.
그 뒤로 정신병원가서 우울증약 먹다가 엄마가 외할머니랑 통화하면서 엉엉우는 거 듣고나서 정신차리고 다시 2년째 회사 다니는중임.
하소연하고싶었어...ㅎㅎ
다들 건강 관리 잘해. 행복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