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글 써보는건 처음이네.. 이별하고 뒤늦게 애착유형이란것도 알고
상대방이 거부회피형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
우린 30대 중반 커플인데 3년 만났고 그동안 헤붙하거나 크게 싸운적도 한번 없었어.
처음엔 나도 안정형에 가까워서 상대가 무슨말을 하든 다 웃어넘기고 감정 기복도 없고 서로 잘 만났었는데
거부회피형이 전애인이 이젠 나와 친밀감을 많이 느끼는건지 어느순간부터 거리를 두고 변해가더라.
그동안 나눴던 카톡들을 다시 살펴보니 나에대해 많이 실망했을것 같았어.
(나는 회피형이라는 개념도 몰랐고 사랑을 갈구하게 되면서 불안이 높아져 갔기에 더 회피형이 싫어하는 언행들만 했던거 같아)
다만, 다른 회피형 커플들과 차이점은 내가 시각장애인 이라서 여러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는거지.
내가 사람을 가까이에서 봐도 대충 형태만 보이고 말없이 지나가면 지인도 못알아봐
글씨도 크게 확대해야 겨우 보는 정도라 일상에서도 키오스크로 무언가를 주문하거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카페를 가고 쇼핑을하고 뭐 여러가지 상황에서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화이었어.
(항상 손을 잡고 다녔고 나를 많이 챙겨준 고마운 사람이지..그래서 나도 많이 노력했엇고..)
(안그래도 체력도 약하고 자기중심적인 거부회피형이 힘들었을것 같아. 그만큼 전애인도 나를 많이 사랑해 줬고 맞춰주려했고 마음 써준건 사실이야)
내가 상대방 쪽으로 가려해도 위험하다면서 항상 데이트때
날 태우러 오고 또 태워다 주고 가는 고마운 사람이었어.
전애인은 독립심이 강하고 자기중심적이라 '너는 너 나는나' 느낌이고 의지하려 하지 않고 내가 불안해 하거나 힘들다고 징징대는 모습 보이고 할때도 화내지 않고 잘 받아주고 견뎌준 사람이야.
내가 정말 직장도 잃고 눈도 더 나빠져서 절망에 빠져있고 살도 찌고 그렇다고 뭐 잘생기거나 몸이 좋다거나 그런것도 아니고 돈이 있는것도 아닌데 어떻게 보면 정말 온전히 나를 사랑해 준 사람이라 이별의 상처가 너무 크지만 더 고맙고 미안한 그런 사람인것 같아.
내가 정말 밑바닥일때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라 더 잊을수가 없는것 같아 ㅠㅠ
물론 내가 회피형이란 개념 자체를 몰랐기에 의도적으로 맞춰주려고 한건 아니지만
나또한 그동안 참 많이 맞춰주고 배려하려 노력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냥 너무 부족했던거 같고 내가 성숙하게 상대방을 받아주고 대해주진 못했던거 같아 아쉽네.
잘지내왔지만 그래도 사소한 갈등이나 대화로 풀어야할 문제가 생기면 어쩔 수 없는 거부회피형의 모습을 보이더라고
그래도 다른 커플들에 비하면 진짜 크게 부딪히는거 없이 오랜기간 잘 만나왔던거 같아.
카톡들 이나 그동안 전애인이 한 언행들 되돌아보면 나한테 많이 맞춰주고 배려해준건 사실인거 같아.
(다만 나를 깎아내리는 말투, 나의 단점을 지적하지만 나는 절대 지적하면 안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더 불안해지고 을의 연애를 한건 사실이야)
그때 차라리 회피형에 대해 알았다면 더 늦기전에 나도 정신차리고 상대방을 힘들지 않게 대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커
그게 더 미련이 남게 하는 포인트인것 같아.
거부회피형인데도 불구하고 나와 그래도 가끔은 대화하려 했고,
본인 속마음이나 나에 대한 서운함 또는 개선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했었더라고.
다만 나는 사랑은 서로 맞춰가는거고 진지하게 대화를 하는 과정이 정말 소중한거라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그런 대화자체가 공격이고 스트레스였기에 계속 피하고 우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갈등을 되풀이 했던거 같아.
나 또한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회피형이 가장 힘든 부분은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다가
갑자기 이별을 말한다는거야.. 그것도 너무 단호하게.
사귀는 동안 전애인에게
자기는 나를 있는그대로 사랑해주는데 왜 바꾸려 드냐, 왜 서로를 있는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냐.
이런말을 종종 들었던거 같아.
간단하게 상황을 정리해보면
전애인 : 거부회피형
나 : 안정형 -> 공포회피형(이별후) -> 현재는 양면형(불안+회피지만 수치가 낮음)
1월 4일 시간을 갖기 시작(느낌이 뭔가 평소와 달랐어)
- 전애인의 말투에 대한 서운함을 말했다가 기분이 별로라며 나중에 연락한다고 함.
(그동안 갈등상황에서도 전애인이 잠수탄적은 없음. 그리고 이번처럼 길게 시간 가진적도 ㅇ벗고 보통 1일 정도 혼자 두면 돌아왔었음)
우린 늘 제자리인것 같다. 같은 문제로 늘 부딪힌다. 서로가 있는그대로를 좋아하지 못하는것 같다며 시간을 갖자고 함ㅠㅠ
1월 7일
- 나는 사소한 문제라 생각했기에 다시 한번 대화해보자,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
너으 입장을 들려달라며 카톡 보냈다가 읽씹.
1월 10일 전화로 이별통보
- 내가 1월 7일날 또 카톡으로 다시 대화해보자 하는 순간 정뚝떨했다면서
나와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게 뻔하기 때문에미래를 그릴 수가 없겠다 생각했고 자기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전혀 미련도 없고 생각도 다 정리했고 단호하게 헤어지고 싶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다. 그동안 만났던 그누구보다도 맞춰줬다.
니가 아직 날 많이 사랑한다는거 안다. 그냥 서로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맞지 않는거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 친구로도 지낼 생각 없고 영영 안볼거다.
일상생활 잘하고 1달 뒤 2월 초쯤 니 물건 정리해서 갖다주러 갈테니까 그때까지
잘 지내라. 내가 연락하겠다.
라고 이별을 말하더라.
그래서 터져나오는 감정을 누르질 못하고 울먹이며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붙잡았다가.
머리로는 그래도 이게 아닌걸 알기에 더 안 붙잡고 알겠다고 하고 끊었어.
1월 14일
그러고 진짜 숨도 안쉬어지고 밥도 못먹고 너무 힘들다가 유튜브나 자료 찾아보고 공부해서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 헤어짐을 받아들이고 너의 말을 존중하겠다고 고마웠다고
배려하는 카톡 보내고 잘 마무리 . 상대는 읽씹.
1월 16일 공적인 일로 카톡
- 그래도 더 안 붙잡고 상대방 걱정해주고 입장 배려해주니
전애인도 니가 좋은사람인걸 안다. 배려해줘서 항상 고맙다 하고 답장옴.
1월 20일
하.. 근데 이때 또 감정 터져서..그동안 내가 이런 노력했고 이제 니가 거부회피형인것도 알았고
여러가지로 나도 달라졌으니까 , 전애인이 얼마나 나를 위해 배려해줬고 맞춰줬는지 알겠다.
나한테도 그렇게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붙잡는 장문 카톡 보내서 망침 ㅠㅠ
그러니까 전애인이 '내가 이런 내용에 대꾸하는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제 다신 이런거 보내지마'
라고 톡와서 '알겠어' 라고 만 보내고 마무리 했어.
차라리 노컨텍했어야 했을까?
이사람은 진지환 대화 보다는 지나가듯 자신의 속마음이나 서운함을 말하는 사람ㅇ이라
그걸 되돌아보고 지난 카톡을 확인하다 보니
내가 참 얼마나 징징대고 어른스럽게 행동하지 못하고
대화자체가 힘들다는 상대에게 좋게 말한답시고 따지려 들었는지.. 알겠더라고.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과연 재회할 수 있을까?
내가 애인 표정도 살피지 못하고 일반적인 남자들처럼 챙겨주거나 대해주지 못하다보니
너무 슬프고 또 고맙고 미안하기도 한 상황이라 마음이 더 무겁네.
전애인은 그동안 나에대해 참고 견디면서 하나씩 점수를 깎고 실망해왔던거 같아.
말은 갑작스러운 이별이고 미리 준비안했다고 하지만 내가 시간을 갖는동안 또 그 문제를 언급하는 카톡을 보내서 헤어질 결심을 굳혔다는건 잘 믿기지는 않는거 같네.
이게 사랑인지 애증인지, 놓아야할 관계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보지 못했으니까 정말 한번 다시 만나보고 싶은데
어떡해야할지 모르겠어.
2월 10일 전후에 마지막으로 볼거 같은데
그때까지 노컨하다가 그날 가볍게 대화하고 안부묻다가 한번은 다시 만나보자 하는게 나을까?
내 친구도 애인이 이런 거부회피형이고 친구는 안정형 커플인데
이런 헤어짐의 상황에서 '그래도 나는 너 기다릴테니까 마음 편해지면 언제든 다시 돌아와도 돼'
라고 기다리는 자세로 굽히면서 마무리했다는데.
나는 그러면 오히려 더 상대방이 나와의 단절이나 이별의 무게감을 실감하지 못하고 다시 갑의 입장으로 있다가 나를 서서히 정리하거나 환승할가봐 두려워.
어떡하면 거부회피형가 재회할 수 있을까?
3년을 만났고 한번도 이렇게 시간을 갖거나 헤어진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손을 놓아버리고 헤어지니 참 믿기지가 않네.
다시 만난다 한들 사실 그 부분이 제일 겁나기도해.. 또 한순간에 무너질까봐 ㅠㅠ
거부회피형 애인과 재회해본 둥이들이나 자기가 회피형인 둥이들..
다변 기다릴게..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