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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친해지고 싶어요” 김도영이 양현종에게 '술러팅'한 사연···15살 차 두 MVP가 말하는 '챔피언의 길'[스경x인터뷰] | 인스티즈

■우승 그 뒤

기자=우승 시즌 어마어마한 성적으로 MVP가 되면, 그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마음이란 어떤 걸까.

현종=그런 부담감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도영이도 어리지만 분명히 지난 시즌은 이미 다 잊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우승의 그 여운은 그때로 끝내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기 때문에, 작년에 잘 했으니까 막 올해도 잘해야지 이런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도영=저는 지난 시즌 크게 헤맨 적이 없어서 다음 시즌이 걱정되거나 그런 건 하나도 없고, 저 역시 다시 시작이라 생각하고 있고 좋은 기억만 갖고 있어요.

현종=도영이가 진짜 많이 힘들 거예요. 행사도 워낙 많았고, 저도 도영이한테 잠 많이 자고 잘 먹으라고 문자 보냈었거든요. MVP가 되면 우리가 평소 안 하던 활동들을 해야 하다보니 진이 빠지더라고요. 그런데 도영이가 대단한 건 다 끝나고 광주 내려오자마자 바로 운동을 시작했더라고요.

기자=인기가 확 높아진 데 따른 부담도 없나

도영=저는 그런 것도 이겨내야 진짜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서 그냥 당연하게 생각해요. 오히려 인기가 떨어진 것 같을 때 불안한 편이에요. 예를 들어 시즌 끝나고 야구를 안 하니까 SNS에 게시물을 올려도 반응이 전에 비해 없더라고요. 그럼 불안하죠. (듣고 있던 양현종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렇게 저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싶으면 색다른 걸 올려요. 그래서 지난번엔 (코스모폴리탄) 화보를 올렸어요.

현종=와. 몸 진짜 좋더라.

도영=그거 포샵도 한 거에요. 찍을 때 배에 화장을 해주던데요.

현종=우리 때는 SNS를 아예 하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도 사실 조심은 하라고 하지만 이게 개인적으로 알아서 관리해야 될 일이니까 지금은 누가 뭐라고 안 하죠.

기자=팀의 얼굴로 불리면서 느끼게 되는 변화가 있었나.

현종=내가 주축선수라서 힘든 건 없어요. 솔선수범해야겠구나 하는 생각 정도만 하는 거죠. 사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관종끼’가 있었어요. 어린데 야구 잘 하니까 팬들 앞에 나서는 게 좋고 그랬거든요. 도영이는 좀 달라요. 관종이 아니라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거죠. 이게 진짜 차이가 있는 거에요. 일단 현명하게 대처를 잘 하거든요. 관심을 저렇게 받는데 본인이 어색해 해버리면 ‘얘가 반짝 하는 걸까’ 우리도 의심할텐데 얘는 이걸 즐긴다니까요. 내가 이 정도 잘 했으니 이 정도 관심은 받겠지 받아들이는 멘털이에요. 주목 많이 받는 게 행복하다고 답하잖아요. 멘털 자체가 슈퍼스타인 거죠. 그래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가늠이 안 서서 더 무서운 선수죠.

도영=저는 선배님이 대단하시다고 항상 느끼는데, 만약 선배님이 요즘 시대에 제 또래셨다면 저보다 더 유명해졌을 것 같거든요. 야구도 잘 하는데 내가 더 움직이면 더 유명해지고 팬들이 더 좋아하실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선배님 정도 나이의 분들은 그런 생각에 동의 안 하실 줄 알았는데 선배님은 그걸 이해해주시거든요. 너무 일찍 태어나신 것 같습니다.

■공통점 많은 15살 차 MVP

기자=둘의 공통점을 생각해봤는데, 고교 선후배고 3년차에 첫 우승했고 MVP고 또 위에 누나 둘 있는 막내잖아요?

도영=선배님도 누나 있으십니까?

현종=응. 나도 누나가 2명이야. 근데 좀 달라요. 도영이 누나들은 엄청 잘 챙겨주잖아요. 옷이나 헤어스타일 이런 것도. 근데 우리 누나들은 그런 거 신경 하나도 안 썼어요. 그냥 전형적인 남매에요 저희는.

도영=저도 챙겨주는 건 그렇게까지는 없는데요, 친해서 얘기를 많이 해요. 야구 얘기는 안 하구요. 사생활 얘기를 많이 해요. 예를 들면 밖에서 술 먹을 때는 항상 누나한테서 카톡이 와요. 신경쓰고 조심히 먹고 들어오라고요. 가끔 욕도 하지만,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요.

기자=둘은 평소에 친한 편인지?

현종=도영이하고 이렇게 긴 대화는 처음 해봐요. 이번 비시즌에 서울에서 행사 때 한 번 만났는데 도영이가 ‘선배님이랑 술 한 번 먹고 싶습니다’ 하더라고요. 이런 말도 할 줄 아는 녀석이구나 했었죠.

도영=제가 술러팅 했죠. 선배님과 친해지고 싶어서요. 제가 술을 좋아하는 것은 대화를 깊고 진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기자=아니, 술을 좀 먹나요? 술은 입에도 안 대게 생겼는데.

도영=네. 저는 술을 좋아해요. 술 먹는 분위기를요. 술을 못 먹는 사람을 보면 좀 안 쓰럽기도 해요. 취하기 전에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그런 기분을 모를테니까요. 그래서 시즌 때는 절대 안 먹는데 비시즌에는 가끔 먹습니다. 이번에 우승하고 팀이 야유회 갔을 때 그래서 진짜 가고 싶었는데 프리미어12 때문에 못 갔거든요. 진짜 재미있었다고 하는데 최형우 선배님이 우승하든 안 하든 무조건 또 간다고 하셨으니, 그땐 꼭 가고 싶습니다.

기자=혹시 양현종 선수한테 세대 차 같은 거 느낀 적 있는지.

현종=그래. 말해 봐. 나도 좀 배우자.

도영=근데 선배님은 좀 많이 열려있는 것 같아요. 원래는 ‘빠던’ 이런 거 좀 안 좋게 보시고 그러셨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거 존중해주시지 않나요? (양현종, 다시 폭소)

■KIA의 2025년은 어떻게 될까

도영=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2017년 KIA가 역대급 전력이라고 했었잖아요. 지금 우리 팀도 제가 봐도 진짜 말이 안 될 정도로 전력이 좋은데 2017년에 더 좋았다고도 하잖아요. 그런데 2018년에는 좋은 성적을 못 냈고요. 왜 그랬을까가 전 궁금해요.

현종=돌이켜보면 당연히 이유야 많겠지만 항상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선수와 주축 선수들이었던 것 같아요. 우승했을 때 냈던 개인 성적을 다음해엔 반토막밖에 못냈어요. 2017년에도 형이 헥터랑 20승을 했는데, 2018년에는 내가 13승, 헥터가 11승을 했어. 헥터가 항상 같이 있어줬는데 그때는 워낙 안 좋은 게 보이니까 내가 더 하려고 하다가 나도 탈이났지. 다른 선수들도 날 보면서 그랬을 거고.

도영=왜 그렇게 된 걸까요?

현종=잘 모르겠어. 우승 시즌에는 전부 다 잘 했는데 그 중 3분의1만 떨어져도 성적을 못내더라고. 그래서인지, 저는 이번에도 우승하고 헹가래 하고 난 뒤부터는 다음 시즌 생각이 나더라고요. 두 번이나 겪었으니까요.

기자=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하는 걸까요.

현종=뭐 없어요. 자기 성적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제 생각엔 야구는 선수들이 각자 잘 해야 팀이 잘 해요. 하나가 돼야 우리가 강해지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팀을 위해 우리가 잘 하자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각자 잘 해야 팀이 좋아져요. 2024년 우리 분위기가 정말 좋았던 것도 안 졌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도영이가 40-40을 해도 나머지가 다 바닥을 치면 도영이가 혼자 좋아할 수 있을까요. 각자가 다 잘 해야됩니다.

기자=김도영 선수도 생각이 많아지진 않나요.

도영=선배님 말씀대로 서로 다 잘 해야 하니까, 전 제가 부족했던 부분이 명확히 나왔기 때문에 그 부분 조금만 보완해도 작년보다 더 나은 시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저는 ‘다음 시즌 1등 안 하면 어때’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동안 여러 팀들이 그랬잖아요. 거긴 이유가 있는 거고, 혹시 못 지키면 또 어때, 흘러가는대로 해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기자=김도영에 대한 기대도 클텐데?

도영=그런데 저는 앞으로 가야 될 길이 너무 멀어요. 무조건 겪어야 되는 거라 생각하고, 2024년이 저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2025년에는 성적이 별로 안 나오더라도 큰 부담은 없어요. 그저 저는 실책만 좀 줄이면 최고의 한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타격에서 좀 부진하더라도 수비 실책 30개를 20개 정도로 줄인다면 그건 최고죠.

기자=우승 뒤 느끼는 압박감에서 둘의 차이가 좀 있네요.

현종=연차 때문 아닐까요. 지금 도영이는 저같은 생각을 하면 안 되는 나이에요. 이의리, 윤영철 다 마찬가지에요. 하고싶은대로 뛰어놀 나이죠. 제가 어렸을 때는 이대진, 서재응 선배님들이 저같았을 거고요. 도영이가 MVP를 받아서 그렇지 얘 나이가 지금 대학교 3학년이에요. 이런 애한테 무슨 팀을 짊어지고 이끌어야 된다고 하겠어요. 부담 같은 걸 가질 필요가 없어요. 후배들이 좀 그랬으면 좋겠다, 라고 제가 생각하는대로 지금 도영이가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전 좋더라고요. 내년에 또 잘 하면 돼, 못하면 또 어때, 다음에 잘 하면 돼 하는 얘 멘털이 진짜 최고에요.

■그래도 우승은 다시, 같이 해보고 싶으니까

기자=2025년 KIA를 위해서 그럼 각자의 목표 설정은.

도영=저는 실책을 줄이는 것도 있지만 안 다치는 게 가장 먼저인 것 같아요. 2024년 처음으로 풀타임을 했기 때문에 제 야구는 이제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이게 계속 갔으면 좋겠고, 저도 당연히 우승하면 좋죠. 사실 제가 2024년 가장 크게 느꼈던 부담은 정규시즌 우승을 했는데 한국시리즈 우승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거였어요. 왕조의 역사를 깨뜨리면 안 되잖아요. 근데 한 번 했으니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고 한 번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이제 안 다치고 열심히 하자, 다음 시즌 팀 우승은 보너스로 생각하자 하고 있어요. 순위는 당연히 높아야겠지만 1위를 반드시 해야 돼 하는 부담을 막 갖고 하진 않으려고 해요.

현종=저는 목표가 없어요. 이제 이닝 욕심도 없으니까요. 10년 연속 170이닝 했으니 이제 진짜 없죠. 이닝을 줄일 거지만 규정이닝은 던져야지 생각해요. 그러려면 로테이션 안 빠지고 계속 지켜야 하고요. 우승이야 우리 모두 각자가 정말 열심히 하면 당연히 온다고 생각하죠. 이번에도 또 열심히 할 거에요. 근데 카퍼레이드는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팬들이 그렇게 많이 온 것 자체도 놀랐고 그렇게 많이 즐거워해 주시고 우리를 환영해 주는 게 진짜 신선한 충격이었거든요.

도영=네. 저도 진짜 많이 놀랐고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충장로 축제(광주시 최대 인파가 모이는 축제)에서나 볼 법한 많은 분들이 우리를 보러오셔서 좋아해주신다는 게 너무 놀라웠습니다. 저도 다시 해보고 싶어요.

기자=마지막으로 서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현종=분명히 새 시즌에 또 많은 큰 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우승 뒤 두 번이나 겪었고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그 시즌들이 끝났는데, 도영이는 그걸 잘 이겨내면 좋겠어요. 전 사실, 팀적으로 개인적으로 다음 시즌을 도영이가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좀 걱정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처음으로 긴 이야기를 나누고 속마음을 들어보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도영=재작년에 선배님이 좀 안 좋았을 때가 있어요. 경기 끝나고 실내에서 그냥 계속 공을 던지고 계시더라구요. 다 퇴근했는데 혼자서요. 거기서 저는 느꼈습니다. 저 나이에도 확실하게 욕심이 있고 목표의식이 뚜렷하시구나. 저 자리에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요. 저는 이번에 우승 과정에서 진짜 베테랑의 중요성을 확실히 느꼈어요. 그냥 안 다치고 뛰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진짜 든든함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부상만 없이 같이 계셔주시면 좋겠고, 사실 저는 항상 존경심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우러러봤고 같이 야구할 거란 상상도 못 해봤는데 이렇게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런 후배가 있으니까 다치치만 말고 새 시즌도 같이 잘 마쳐주시면 좋겠어요.

https://m.sports.naver.com/kbaseball/article/144/0001015053



 
무지1
인터뷰 진짜 좋다 마음이 따땃해짐ㅠ
어제
무지2
와 인터뷰진짜 좋네 ㅜㅜ
어제
무지3
되게 좋은 인터뷰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똑같이 느꼈구나
어제
무지4
인터뷰 진짜 둘 다 넘 좋다!! 불편함 없이 술술 읽게되네
어제
무지5
마지막 소감까지 너무 완벽한 인터뷰였다ㅠㅠ 우리 동성고즈 올해도 다치지말고 건야행야해ㅜㅠㅠ
어제
무지6
보는내내 웃음 나다가 왠지모르게 눈물난다 ㅠ 동성고즈 올해 진짜 건강하자 🍀
어제
무지7
ㄹㅇ 진짜 너무 좋다 ₍ᵔ= o̴̶̷̥᷅ ˕ o̴̶̷̥᷅ =ᵔ₎ 동성고즈 올해도 건야행야
어제
무지8
진짜 마지막에 서로한테 해주는 말이 왤케 감덩이야 ʕ⌯ -̥̥᷄ ˕ -̥̥᷅ ⌯ʔ♥️🤍 둘다 오래 오래 보쟈👍🏻
어제
무지9
진짜 너무 좋다 ㅠㅠ🥹🫶
어제
무지10
인터뷰 진짜 편안하다..정독했네🥹 하 너무 좋아
어제
무지12
좋은 의미로 미쳤다 .. 배불러 편안해 마음 따뜻하고 ㅜㅜㅜㅜㅜ
어제
무지13
따뜻하다♥️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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