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익들 손절한 친구 얘기도 듣고 싶고 나도 갑자기 풀어놓고 싶어서 긴 글을 좀 써보려 해
나는 초등학생 때 조용히 학교 다니는 애였어
손절한 친구는 반 애들 평판이 나댄다고 안 좋게 말하는 애도 있던 아이였단 말이지
객관적으로 보면 걍 수업에 적극적인 애였을 뿐인데 튀는 행동하는 걸 안 좋게 보는 애들이 반에 있었다는 거지
그 친구가 딱히 속해있는 무리는 없었는데 걔가 먼저 나한테 다가와줬어 그래서 친구가 됐지
걔가 힘든 일 나한테 말하고 나도 집에서 힘든 일 친구한테 말하고 하면서 의지가 많이 됐던 애였어 그 친구한테 생일 편지 받으면 내가 베프라고 써주기도 했고
중학생 되고 같은 반 된 적이 없는데 걔가 다른 반에서 왕따 같은 걸 당해서 내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한 학년 올라가니까 그 친구가 잘 극복하고 중학교 졸업을 하게 됐어
친구가 1지망하는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서 나도 같이 같은 고등학교에 들어갔음
학기 초반에 그 친구가 걔 반에서 사귄 친구랑 같이 급식을 같이 먹게 됐는데 내가 낯을 가려서 걔 친구들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야
내가 할 말만 생각하다가 정작 하는 말이 없으니까 친구가 내 생일편지에 밥 먹을 때 말 좀 하라고 쓰더라
얼마 못 가서 나는 걔랑 같이 밥 먹는 일이 없어짐
고등학교에서 반 애들 몇이랑 말은 하는데 갠톡할 정도로 친한 애는 없는 상태로 좀 겉도는 포지션으로 학교를 다녔어
고3 때 그 친구랑 같은 반이 됐는데 걔가 이미 사귄 친구랑 다니면서 난 또 겉돌게 됨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어서 급식 신청해놓고도 굶고 집 가서 폭식하고 그럼.. 심각하게 배고프면 화장실 가서 간단한 거 입에 욱여넣고 나왔고
담임쌤이 반 애한테 언질을 줬는 지 그 애가 자기 다른 반 친구랑 같이 급식 먹어줌
엄청 고마웠는데 같이 급식 먹어준 애들이랑 엄청 친밀해지진 않았어 그 애들이 같은 동네 살고 어릴 때 부터 친구여서 그 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거든
그렇게 고3 입시가 끝났어 학교 나올 사람은 나오고 안 나올 사람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이런 분위기여서 나는 졸업식까지 학교를 안 갔어 겉도는 상태로 반에 앉아있는 게 숨 막혀 죽을 것 같았거든
그래도 손절 수준은 아니어서 걔가 나한테 대학교 입학 전까지 다닐 알바 자리 소개해 주기도 하고 카톡도 소소하게 했어
친구는 인서울하고 나는 지방대 다녔는데 언제 한 번은 방학 때 걔가 본가 내려와서 약속을 잡음
내가 먼저 걔 동네 버정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연락이 안 되더라고
뭔 일 있나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까 1시간이 훌쩍 넘어서 걔가 나왔어 전 날 중학교 때 애들 만나서 술 마시고 자다가 늦게 일어났다고 사과함
난 또 호구같이 괜찮다고 하고 같이 시간 보냄
대학생 되고 연락할 때면 거의 친구 연애 얘기 아니면 돈 좀 빌려달라는 거더라
연애 얘기야 그렇다 쳐도 돈은 내가 기한 정해준 것도 아니고 본인이 언제까지 갚겠다 해놓고 한참 뒤에 갚는 게 몇 번 있었어
내가 제일 크게 실망하고 연락 끊게 된 건 내로남불 못 하는 거 보고 연락을 끊게 됨
걔가 대학 친구 한 테 돈을 빌려줬는데 돈을 안 갚는다고 욕을 써가면서 화내는 톡을 나한테 보내는 거야 그러면서 나한테 돈을 빌려달래 돈 필요한 이유가 술자리에 있는데 당장 쓸 돈이 없어서 랬나
아니 돈 안 갚아서 그렇게 화가 나면 그간의 나는 뭔데 싶은 거야
빌려줄 때 계좌도 걔 계좌가 아니고 걔 애인 계좌였나 그랬음
5만원 내외 금액이었는데 내가 안 갚아도 된다고 하긴 했고 다시는 걔한테 연락 안 함
진짜.. 내가 왜 얘한테 목을 맸는 지 후회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