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어그로 ㅈㅅ
사실 버르장머리없는 애인은 나고
왜 나냐면
예전에 애인 본가지역에 경조사 있어서 내려갔는데
자리에 참석하고 하루 텔에서 자고
다음날 올라올 예정이었거든
그런데 아침에 애인 아버님께서 해장국(?) 끓여놓으셨다고
나랑 와서 먹고 가라고 애인에게 전화하셨다는 거야
애인이 나한테 갑자기 뵙게 되는 거 괜찮겠냐고
같이 가보겠냐고 해서 나는 괜찮다고 했음 가겠다고
그리고 출발하기 전에 애인 아버님이 한 번 더 전화오셔서
생각해보니까 네 애인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한 번 더 물어봐라 하신 거임
나는 진짜 괜찮다고 했고 결국 같이 갔음
근데 가기 전에 애인이 뭐 좀 사갈 거라면서 마트를 들러서는
귤인지 오렌진지 나름 비주얼 괜찮은 한 박스를 사서
"이따 이거 가져가서 네가 드리는 거라고 해"
라고 했음
나는 애인 본인이 가져갈 걸 사는 줄 알고
같이 옆에서 과일을 골라준 거였고
내가 들고 갈 마땅한 영양제 같은 게 없어서(일요일이라 사기도 힘들 거 같았음 약국이 닫았으니)
애인한테 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삼켰다가
애인 아버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긴장에 잡아먹혀
홀랑 까먹고 덜덜 떠느라 제정신이 아니었음
그 때 나한테 과일상자를 준 거였고
나는 애인 본가에 가서 시키는 대로 연기함
아버님은 좋아하셨음
아까 어머니랑 대화하다 어머니가 그걸 알게 되셨는데
"너 설마 빈 손으로 들어간 건 아니지?"
해서 어떻게 되었는지 말했더니
가정교육 못해서 자식 잘못 키웠다고
어디가서 사람들이 가볍게 본다
다음 번에 갈 때는 그러면 안 된다
30분 가까이 얘기를 하심..
아마 난 계속 버르장머리 없을 거고
이렇게 정신머리 없이 살아가게 될 거임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많은 상처를 줄 거임
마침 애인은 나보다 외모나 능력이나 더 뛰어난데
나를 만날 이유가 없기까지 함
이미 몇 달 지난 사건이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애인도 내게 정떨어졌을 것 같음
아직 애인은 한 번도 이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음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 부모를 뵙는데 빈손으로 털레털레 가는 버르장머리 없는 애인은 누구라도 싫을 테니
그냥 나한테 말만 안 했을 뿐 정은 정대로 털렸을 것 같음
내일 데이트한다고 만나는 날인데..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는 게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