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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고3) 때 직업교육으로 위탁수업 받고 졸업 후 바로 취업해서 그곳에서 쭉 일하다 23년 여름에 좋은 기회가 생겼어. 해외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내가 해외로 1달에 2주씩 가서 일하게 된 거야.
처음엔 외국에서 내 성격이 외형적으로 변하는 것도 신기했고 새로운 경험도 하고 일 없는 날은 놀면서 일하는 게 재밌더라고. 근데 아무래도 규칙적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영어는 내 불편한 점 요구만 할 수 있는 정도였어서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편인 난 다시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어지더라고.
24년 겨울 한국에 다시 정착해서 일을 시작했어. 여러가지 이유로 이곳에서 한 번 더 이직을 했는데 이 또한 잘 안 됐어.
원래 잘 참고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을 하는 편인데 마지막으로 퇴사할 땐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고민도 없이 퇴사하겠다 말했고.
그 직종은 도저히 다시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 근데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온 유일한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이였고, 전문직이다 보니 막상 다른 일을 하려니 내가 할 줄 아는 게 없더라고. 아마 핑계를 찾았던 것 같기도 해.
조금만 쉬어야지 쉬어야지 하던 게 벌써 3개월이 됐고, 그동안 2주에 한 번 밖에 나갈까 말까 하게 살았던 거 같아. 가족들 출근할 때 난 자고, 퇴근할 때쯤 일어나고 하루 1끼 평균 2끼는 먹을까 말까. 그냥 세상만사가 다 귀찮고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엄마 힘들까 퇴근 전에 쌓인 설거지 빨래 해놓는 정도. 그러다 보니 살도 찌고 피부도 난리가 나서 정신차리자 하고 지금은 그래도 몸은 망가지게 두지 말자 싶어서 노력하는 중이야.
가족들은 취업하라 재촉한 적 한 번 없어. 주변에서 전에 했던 일은 다시 안 할 거냐 물어보면 이유 없이 화를 내기도 했고, 취업 할 곳 찾으려 혼자 어플 찾아보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나기도 해. 나 힘들라고 한 얘기도 아니고 하고 싶은 걸 찾아라, 아직 어리지 않냐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 나이다 라고 어른들이 말해줄 때도 괜히 눈물이 나고. 직업에 관한 얘기가 아니어도 그냥 요즘 툭치면 눈물이 날 거 같아서 하루에 2번은 기본으로 이 악물고 참는 거 같아.
예전엔 엄마랑 드라마 보면서 슬픈 내용이나 감동적인 내용이 나오면 같이 울다가 서로 우는 모습 보고 웃겨서 웃고 했는데 문득 요즘 들어 생각해보면 언젠가부터 내가 가족들 앞에서 안 울려고 노력을 하고 있더라고.
슬픈 내용보다 다른 사람이 대단한 게 아닌 사소한 거일지라도 해내는 모습을 볼 때 눈물을 참기가 더 힘들어. 좀 웃길 텐데 혼자 티비 보다가 애기들 축구하다 골 넣는 거 보고 울고, 놀면뭐하니 미션 성공하는 거 보고 환호하는 거 보면 울고.
요즘은 누워서 유튜브나 볼 바엔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을 하다 주식에 관심이 생겨서 10-20만원으로 주식 연습, 공부도 하기 시작했는데 폐인처럼 저녁 6시부터 아침 8시까지 하루 종일 주가만 확인하고 있더라고.
어른들이 하는 말처럼 내가 어려서 나약한가 싶기도 하고, 가정사가 있어 집 형편이 좋지 않아서 나라도 도와야 될 것 같아 취업에 대한 마음도 조급한데 정작 난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게 한심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우리 애 서울에서 일한다, 잘 나간다 자랑도 여기저기 하곤 했었는데 결국은 난 본가로 돌아와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꼭 회사, 풀타임 아니어도 편의점, 카페 등 하루 4-5시간씩이라도 일하는 파트타임부터라도 구해야지 구해야지 하는데 왜 이렇게 시작이 어려운지. 하기가 싫어서 이러는 건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옛날부터 기부금 모으는 프로그램 같은 거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런 것들 보면 난 하나도 힘들게 사는 게 아니라 생각하거든.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많고 사는 게 쉽기만 한 사람이 어딨겠어. 근데 난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다.
여기까지 읽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네, 그냥 고등학교 친구들은 3학년 때 딱 두 번 학교를 가서 멀어진 지 오래고 일하며 생긴 친구들은 다 서울에 있고 이런 얘기할 친구가 없어서 여기다 적어봐.
다들 2025년 아무런 탈 없이 보내고 행복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