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스튜디오 하는데, 간혹 나이 좀 있으신 분이나 완전 아기들 올 때 자기는 보정 안 해도 되니까 그냥 바로 뽑아달라 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 보정에 별 미련도 없고 빨리 뽑아 가시고 싶으신가봐. 근데 그런 분들한테도 일일이 보정까지 다 친 금액을 받기 좀 양심에 찔려서 아예 '무보정본 바로 출력' 메뉴를 구성해서 7,000원에 무보정 사진 바로 8장 세트 출력해주고 메일까지 보내드리고 있어. (잉크/용지 비용 약간의 기술 비용, 파일 전송까지 드리니 내딴엔 적당하단 생각. 지하철 사진부스도 이것보단 비싸니.. )
근데 오늘 무보정 바로출력 예약하신 고객님이 찍고 나서 제가 무보정본 하긴 했는데 혹시 트러블 몇 개만 지워주실 수 있으세요? ㅠㅠ 이러길래 "아.. 원래는 바로 뽑는 거라 저렴한 건데, 콕콕 없애면 돼서 요 정도는 없애드릴게요." 했는데 옆에 계속 서서 지켜보더니 "사장님 혹시 진~짜 죄송한데, 잔머리가 생각보다 너무 잘 보여서 잔머리 혹시 바깥에 것만 좀 지워주실 수 있으세요? 어깨 대칭도 너무 안 맞아서 살짝만 맞춰주세요. " 이러는 거야.
그래서 걍 딱 잘라서 "머리는 얼굴보다도 손이 더 많이 가는 부분이라 무보정본 예약 하셨으면 해드리기 힘들 것 같아요~ 추가금을 내시면 아예 보정 버전으로 바꿔서 뽑아드릴게요." 하니까 "아 많이 오래 걸려요~?ㅠㅠ 진짜 그거 말고는 다 괜찮은데..ㅠㅠ" 이러길래
그렇게만 해도 시간, 기술이 필요하고 정말 적게 보정하시는 고객님들도 전부 보정 상품으로 예약을 하신다, 무보정 상품을 예약하셨으면 잔머리나 사진 찍고 난 후 신경쓰일 것 같은 부분들은 미리 정리를 하시거나, 그 정도는 감안하고 진행하셔야 한다, 트러블만 정리해서 바로 뽑아드리겠다 하고 어깨만 대충 맞춰주고 걍 뽑아드렸거든(어깨도 막 겁나 틀어진 것도 아니었음)
그니까 겁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나가긴 했는데
내가 넘 박하게 한 거야? 난 이 정도 쯤이야, 하고 한 명 두 명 해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서.. 자영업 하다보니 유도리 생각하다가 더 욕 먹는 경우를 많이 겪었어서.. 내가 많이 박했던 건가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