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면
누군가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있다와 없다는 공생한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2
너무 빨리 오거나 너무 늦게 온다. 너무 일찍 사라지거나 너무 오래 남는다. 제시간에 제자리를 지킨 것들도 있었을 텐데, 너무 늦게 깨닫는다.
3
열정의 덧없음과 사랑의 공허함과 봄날의 무심함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바람의 귓속말을 다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날에는, 무슨 일이라도 어떻게든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기어이 품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