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는 좀 있는 편에 한 쪽만 메부리가 튀어나왔고(의사 선생님 말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쳤을 거라고 하셨어) 코끝이 쳐진 코였어. 상담 네 군데 다녔는데 공통적으로 실리콘 1-2미리, 절골 메부리 코끝을 권했어. 코끝은 병원마다 권하는 재료가 달랐는데 기증늑연골, 비중격연골+귀연골, 메쉬+귀연골, 메쉬+인조연골 등을 사용하더라구. 의사 선생님마다 안정성이나 미용측면에서 가치관이 달랐고 내 생각엔 병원에서 안정적으로 공급 받는 재료를 권한다는 생각도 들았어. 비용은 의사 1인 개인 병원은 400중반이었고 대형병원은 300 중반. 난 대형병원에서 하기로 결정했어. 이유는 이비인후과 협진으로 비중격만곡증 수술을 같이 할 수 있고 이 수술 비용은 실비 보험이 되더라구. 이전에 다른 이비인후과에서도 수술 권유 받았고 늘 비염과 목감기로 고생해서 이 기회에 털고 가자 싶었어. 그리고 눈 재수술을 진짜 유명한 개인병원에서 했는데 비용 대비 결과가 신통방통하지 않다고 느껴서 이번에는 대형병원으로 결정했지. 그리고 상담해 주신 선생님이 실리콘의 부작용을 다른 병원 대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고 내 상황에는 실리콘 안 넣어도 괜찮다고 얘기해 주신 것도 한 몫했어. 그래서 수술은 절골(콧대 옆 뼈를 골절시키고 약간 모아준다. 코가 얄쌍해짐)+ 메부리 깎기 비중격+귀연골로 코끝 이렇게 진행했어. 실리콘을 안 넣으면 덜 예쁘지만 부작용 확률은 크게 줄어든다고 해서 끝까지 고민하다가 안 넣기로 했어. 전날 금식하고 당일 9시 내원해서 채혈 심전도 검사 흉부 엑스레이 촬영 코 CT 촬영 등 검사를 진행하고 각종 동의서 작성하고 11:00에 수술 들어갔어. 난 비중격수술 동시에 진행해서 전신마취였어. 눈 수술할 때 부분 마취로 진행했는데 코에 소독약이 들어가서 목 따끔거리는 고통+마취 서서히 풀려가서 중간에 도망 치고 싶었던 기억도 있어서 전신마취가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어. 물론 건강에 훨씬 안 좋을 거고 깨어날 때 무지무지 힘들어. 마취할 일 없이 사는 게 최고야! 건강 최고!!! 건강!!!! 14:30에 수술 마치고 회복실로 옮겨 왔어. 깨어날 때 비몽사몽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엄청 추워 엄청 추워(강조하기 위해 두 번 말한다). 링거 맞으면서 복약, 식사, 내원 일정에 관해 설명 듣고 링거 다 맞고 퇴원했어. 사실 처음에는 보호자 없이 혼자 수술하고 오려고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어. 운전은 커녕 혼자 앉아 있는 것도 어려웠어. 퇴원할 때 코에 솜을 잔뜩 틀어 막은 상태라서 입으로 호흡해야 해. 그때 입이 진짜 목구멍까지 다 말라 버려서 굉장히 고통스러워. 물을 마셔 봤자 그때뿐이고 물을 마시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수술 자체를 막 후회하게 됐어 ㅠ. 결국 깨끗한 거즈에 생수 적셔서 입에 물고 있었어. 잠도 그렇게 잤는데 아무것도 안 물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두 시간에 한 번씩은 목구멍이 너무 아파서 중간에 깼어. 코나 귀는 하나도 안 아픈데 목이 너무너무 아파 그리고 추워 ㅠ 입으로 호흡하는 게 힘든 이유가 입이 말라서도 있고 물을 마실 때 익사 당하는 느낌이어서도 그래. 코는 솜으로 막혀 있지 목구멍은 물로 차 있지 그럼 숨은 어디로 쉬어? 나는 아가미가 없단 말이에요. 이럴 거면 수술할 때 아가미도 뚫어줘야 하는 거 아냐? 진짜 물에 빠진 기분이야. 코의 솜은 2일차에 병원 가서 뺐어. 코에서 솜 뺄 때 개인병원과 대형병원의 차이를 느꼈어. 개인병원에선 내가 브이아이피고 막 귀족님이란 말이야? 내 동선에 다른 환자가 전혀 겹치지 않게 해서 개인 신상 보호 철저하게 해주고 드레싱도 집도의가 직접 꼼꼼하게 해주고 불편하지 않냐고 살펴봐 줬어. 근데 대형병원 오니까 내가 공장의 나사못이로구나ㅠ. 수술 당일날 회복실에서 환복하는데 다른 환자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질 않나.. (알몸에 파워 만세 상태였.. 누가 나 좀 위로해줘) 솜 빼러 간 2일 차에도 12:00 예약이라 11:40분에 도착했는데 의사는 14:00에 만난 거에요. 누군가에게 성을 내고 싶은데 다 바빠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질 않아. 그리고 다른 환자들도 그냥 가만히 있고. ㅠㅠ 아무튼 솜을 빼면 코로 호흡 가능해. 그래봤자 코에 피딱지 잔뜩 생겨서 다시 반은 입으로 숨쉬게 된다. 음식 먹는 건 당일 21:30부터 진짜 부드럽고 가벼운 죽이나 미음 등으로 식사 시작했고 난 3일차까지는 죽만 먹고 4일차부턴 일상식 먹고 있어. 입을 크게 벌리는 건 불편해. 특별히 통증은 없는데도 그러네. 사실 코로 숨 못 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코가 이쁘게 됐나 어쨌나는 생각도 못 하고 있어. 이제 7일차 되면 내원해서 부목 떼고 실밥 풀면 좀 생각해 봐야지. 사실 제일 기대되는 건 머리를 감을 수 있다. 오늘 아침에 옆으로 꾸부정하게 쑤그리고 머리 감긴 했는데 개운하질 않어ㅠㅠ 나 화요일에 머리 씨원하게 감고 새 후기 쓰러 올게.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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