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품이 없다고 생각되는 향. 여행지에 가서 새벽 아침에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 나갔다가 바다를 보면서 맡는 듯한 향. 흔히들 말하는 비누향과 비슷한 듯 하지만 디테일이 다른 향이라 훨씬 고급진 느낌이 확 있고 약간 포근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차별점. 화장실 오이비누향이 아니라 청량한 하늘에서 빨래를 스치고 날아드는 바람 사이로 나는 비누향이랄까. 흉내는 내도, 똑같이는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향수 중 하나. 카잘 알마즈
알함브라 궁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향수. 그래서인지 바틀도 진짜 고급스럽고 독특함. 향은 사실 독특하진 않은데 프루티함이 강함. 비유하자면 온갖 과일을 담가 만든 청에 내가 쏙 들어간 느낌? 약간은 끈적한듯한 프루티함인데 지속력이 강해서 수시로 나한테 느껴지는 향을 직접 맡을 수 있음. 전날 뿌린게 다음날에도 그대로 나서 난 오히려 이틀차에 은은하게 나는 그 잔향이 더 좋다고 느낄 정도. 지속력 매우 좋은 편. 2. 섬유유연제 칸토 크림퍼플
섬유유연제계의 에르메스. 갠적으로 길에서 우연히 맡고 근 1년간 찾아다니던 향이 있는데 이 섬유유연제 잔향이랑 매우 비슷함. 꽃과 나뭇가지를 꺾어서 녹여낸 비누 같은 향. 달달한 꽃비누향이 나다가 시원한 우디향이 사이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게 매력적임. 빨래 실내건조 시키면 방 전체에 디퓨저처럼 은은하게 퍼지고 살냄새처럼 온몸에 향수처럼 배는 느낌. 무슨 향수 쓰냐며 호드백을 받았던 유일한 섬유유연제. 3. 핸드크림 록시땅 아몬드 딜리셔스
록시땅 아몬드는 같은 제품 라인이어도 제품군마다 향이 조금씩 다 다른데 다른 향보다 핸드크림이 가장 호불호 안타는 느낌. 아몬드 특유의 고소한 냄새+달콤함이 중독적. 꾸덕하지 않고 가벼워 발림성이 좋으면서도 보습도 나쁘지 않아 항상 휴대하는 편. 개인적으로 이솝보다 취향을 덜 타는 핸드크림이라고 생각함. 4. 바디워시/바디로션 부케가르니 히말라야 허브 라벤더 머스크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가 놀랐던 바디워시. 특별한 향이라기보단 기분이 확 좋아지는 향. 숨막히고 텁텁한 라벤더 향이 아닌 부드럽게 스며들어오는 라벤더와 머스크가 비율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정도로 산뜻하게 나서 무겁지 않게 데일리로 사용하기 좋음. 페르난다 모모 바디 젤라또
달달한 향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이거 흔히 말하는 ‘복숭아향’이지만 가짜 복숭아향이 아님. 갓 따온 듯한 백도의 생과향이 나는데 복숭아 즙을 위에 더 뿌린듯한 부드러운 느낌. 아쉬운 게 있다면 오로지 지속력 뿐. 참고로 인센스는 향을 피울 때 나는 그 특유의 향이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니라서 잘 안 씀. 특정 노트만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기분 따라 골라서 쓰는 편이고 그래서 비교적 사용하는 향의 레인지가 좀 넓은 듯. 앞으로도 계속 쓸 거 같은 거 몇 개만 꼽아서 써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