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들은 늘 단순하고 바보 같다. 항상 답 정해진 질문을 정말 모르겠다는 듯 물어온다.
' 왜 그랬니. '
모든 게 지긋지긋하다.
안타깝게 쳐다보는 눈빛들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건네는 위로들도.
난 그냥 자유롭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 그랬을 뿐이다.
2.
그들은 항상 나를 자신들의 곽 안에 구겨 넣고는 나오지 말라 으르렁거렸다.
나는 언제까지 갇혀있어야 하는 것일까.
끝이 있기는 할까.
이렇게 끝없는 감금 속에 있다가는 정말 미쳐가고 말 것이다.
.
.
.
..도망을 가야 한다, 여기를 벗어날 것이다.
3.
모든 게 두려웠다. 겨우 도망쳐온 나를 다시 욱여넣고 가두어 버릴까 무서웠다.
그렇게 세상에 위협되지도 않을 뭉툭한 손톱으로 날을 세우고 있을 때 즈음에,
너를 만났다.
4.
너는 친절했다.
또 매혹적이었다.
너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왔다.
잡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그렇지만 결국은 잡을 수밖에 없었던.
5.
넌 나에게 선이였을까, 악이었을까.
나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
6.
사람들은 다들 나에게 뭐에 홀렸다, 악마가 너를 꾀어낸 것이다.
라고 말하고는 했다.
나에게 정신 차리라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을 보자니
세뇌당한 사람처럼 아, 맞아. 나는 악마에 홀려 나를 놓은 정신병자야.
라고 말하게 되었다.
7.
그제야 나는 모든 것을 멈추었고, 그는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왜 안 오지?
8.
그가 보고 싶다.
.
.
.
나는 다시 그때를 되풀이했다. 나를 포기해서 그를 볼 수만 있다면,
9.
그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그제야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네가 완벽한 악이라는 것을,
내가 찾던 파라다이스는 없었다는 것을.
내가 정말 악마에게 꾀인 것이라는걸.
네가 그 악마라는 걸.
10.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나 자신마저도 포기한 상태인데, 네가 악마라는 게 무슨 대수일까.
그냥 네가 보고 싶을 뿐이었다.
어서 날 보러 와,
미카엘.
아니.. 루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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