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염두에조차 두지 않았던 다소 시건방진 무관심러 찐헤테로 정국이. 지옥의 남고-공대 루트를 탔는데도 될놈될이었던 정국이는 나름 세 번의 연애 경력자였음. 그러니까 낯은 좀 가리지만 웃기고 귀엽고 잘생기고 성격도 좋고 몸도 좋은데 여자친구까지 있는데다가 공부는 그냥저냥 평타면서 취업은 또 잘해버린 케이스. 그런 몰빵캐가 어디있느냐 욕하는 사람들에게 정국이를 아는 사람들은 정색 빨고 전정국을 가리킨다.
아무튼 취뽀한 정국에게 닥친 시련은 취준생 여자친구의 이별고백이었는데 자기가 취준 도와준대도 현여친은 구여친으로 도도도 사라지셨다. 그리고 정국의 옆을 채운 건 취업 동기 박지민형. 면접은 다른 과에서 봤다는데 취업은 인사과로 넘어갔다고 함. 보통 쌩신입을 뽑진 않는다만 그 정도로 나이스한 인성과 눈썰미를 가진 사람이었다. 당장 정국에게만 해도 요즘 힘든 일이 없느냐 이것저것 챙겨주는 아주 다정한 사원이었음. 와 명불허전 저 형은 잘릴 일 없겠다, 부럽다아 정국은 지민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고(약간 반함 근데 모름) 어느새 쫌 친해진 지민에게 사적인 말까지 풀게 되겠지.
안니 제가 여자칭구가 있었는데부터 핫쉬 저는 성격이 좀 이상한 거 가태여까지. 보통 정국의 친구들은 이때쯤 있는 놈이 더한다며 온갖 인상을 쓰고 답정너 취급을 했는데 지민이 형은 안 그래! 막 눈썹 끌어내리고 아 진짜? 답답했겠다 그런 걸로 힘들어하는지 몰랐네 말해주니까 좋다, 야...ㅠ8ㅠ 마치 본인의 고민처럼 경청해주었지. 다른 팀이었지만 쩔친되는 건 시간문제였고 퇴근 후에 한잔 하는 건 사회 초년생들의 낙이 되었다.
아무튼 정국은 지민이형 만나는 게 넘 재미써. 말도 잘 통하고 취미도 비슷하고 게임도 알려주니까 곧잘 따라해. 맨날 좋은 말 해주고 음식 취향도 닮은데다 저번에 드라이브도 다녀왔는데 같이 흥얼거리던 허밍도 넘 좋았어. 그렇게 소주를 따르 며 정국은 무심코 "형이 내 여자친구였음 프로포즈 했다." 장난처럼 말했는데 지민이형 표정이 심상찮아. 뭐 잘못 말했나 눈치 보는데 지민은 너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하며 금세 표정을 풀어. 항상 즐거운 자리였는데 지민의 말과 표정이 자꾸 신경 쓰여서 집중을 못해 흐지부지 술자리를 파하겠지.
뭐가 문제였을까 그냥 웃자고 한 말인데... 정국은 쉽게 정리를 해보지만 첨으로 남 때문에 잠을 설쳐봄(소심) 다음 날 평소와 너무 똑같은 지민이형 보고 괜히 걱정했구나 허탈하긴 했지만 안심이 되어서 기분 좋은 정국이. 점심도 같이 먹는데 입술에 묻은 음식을 대신 휴지로 훔쳐내준 지민이형, 평소라면 뭘 이렇게 묻히고 먹노라고 할 텐데 그저 간지럽게 웃는다. 괜히 눈도 잘 못마주치고 우걱우걱 먹어버림. 또 퇴근 전엔 갑자기 야근 당첨이라며 오늘은 정국이 혼자 가겠네~ 톡 보내와 정국이는 시무룩해졌다. 집돌이 전정국이가! 일찍 집에 가서 꿀잼 게임을 해봐도 어케 된 일이야 넘나 노잼.
아 진짜 재미없다~ 생각하며 정국은 지민에게 톡을 보냈는데 한참이나 답장이 없더니 사진 한장이 날라왔다. 인사팀 사원급 직원들이 남아서 일했는지 야식 잔뜩 늘어뜨려놓고 한껏 놀리겠다는 표정의 사진이었음. 치, 그래봤자 야근이면서... 손가락은 지민이형 얼굴 확대하고 있고 옆에 딱 달라붙은 사원들이 거슬려죽겠음. 답장도 못하고 사진을 보고 있으니 바로 전화가 걸려온 지미니형. 웅성웅성거리더니 전화하려고 복도로 나온 모양이었다. 어 여보세요? 정국아 심심해? 고요한 복도에서 울리는 지민이형 목소리... 겁나 다정해 짜증나 ㅠㅠ
네. 게임 했는데 진짜 재미없었어...
옮았나보다 야. 내가 잘해져야 하는데 정국이가 못해졌네.
형 언제 끝나여?
나? 다했어 너무 늦어져가지구 야식만 먹고 가려고 그랬지. 왜 막 형이 보고 싶어?
웃음 가득한 지민이형 말에 괜히 벌컥 이상한 기분 드는 정국이. 그거 사랑인데 넘나 헤테로인간이라 못깨달아 ㅠㅠ 근데 돌직구 정국이라 넘나 솔직해.
그런 거 같아여.
진짜 그래서 연락했어? 형이 동네로 갈까?
늦었으니까 울 집 오실래여?
그 시각 지민은 돈도 n분의 1 했는데 야식 한 젓락 먹지 못하고 짐을 쌌다. 너모나 헤테로 정국이를 꼬시느라 이마를 부여잡은지 1013번 째 드디어 뭔가 걸렸다. 아무튼 이유를 아는 자 지민도 택시를 잡으며 설렘사 직전, 이유를 모르는 자 정국도 페브리즈 챱챠부 뿌려대며 설렘사 직전임.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