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시골 마을에 거대하다고 말 붙여도 될 법한 산 하나가 있는데 그게 연준이가 지키는 산이고 마을 사람들은 연준이를 모시고자 마을은 발전보다 평화를 택한 거야
반면에 도시 문물에 찌들다 못해 사랑하는 범규 있었으면 좋겠다 속은 여려서 소소한 사고만 치고 사는데 결국 날 잡고 범규 부모님이 할머니 계신 마을로 범규 보내버리는 바람에 도시 소년에서 시골 소년 된 범규
시골 풍경은 좋아했지만 사진이나 당일 여행으로나 가고 싶은 딱 그 정도였던 범규 시골 분위기는 심심하고 문 열면 밭만 있는 배경에 심심할 대로 심심해진 범규가 연준이가 거느린 산으로 가게 되면 좋겠다
오기야 왔는데 날은 어둑해지고 이 길이 저 길 같고 저 길이 이 길 같은 숲 속에서 길 잃고 결국 연준이 범규 발견하면 좋겠다 구해 주려고 다가가자마자 범규 놀라서 기절하고 연준이는 범규 업고 범규 할머니 댁까지 가게 되면 좋겠다
다음 날 범규가 눈 뜰 땐 새벽이고 자초지종 들으려 해도 대답은커녕 평소보다 열심히 떠다 놓은 물에 기도드리는 할머니 보고서 범규 다시 산으로 찾아갔으면
연준이 범규 보고서 겁도 없나 싶어서 다가가면 기절 직전 연준이 얼굴 떠오른 범규가 자기 구해 준 사람인 거 알고 저 구해 주셨죠? 몇 살이에요? 하고 질문 퍼부어대면 누가 봐도 이 마을 사람 아닌 거 알아챈 연준이 대충 자기가 이천 살 먹었으니까 스무 살이라고 대답하면 범규는 어 나랑 동갑이다! 하면 좋겠다
또래 구경도 못한 범규 연준이 끌고서 억지로 마을까지 내려오는데 마을 사람들 연준이 산령님인 거 알고 고개 조아리면 범규가 흠칫 하다가 너 막 조폭이야? 하고 물으면 좋겠다 그거 보고 연준이 속으로 이천 년 산 것 중에 가장 박장대소할 듯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