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왜 왔는데. 피곤하다는 듯이 얼굴을 쓸어내리며 말을 하는 남우현이 그렇게 거슬릴 수가 없었다. 저 한 마디로 나는 나 귀찮다는 듯이 구는 사람 걱정돼서 꼭두새벽부터 후다닥 준비하고 달려 나온 꼴이 돼버렸다, 뭐가 어쩌고 저째? 갑자기 왜? "우리가 갑자기고 준비됐고를 따질 사이는 아니지 않냐?" "…." "그리고 새벽부터 달려와서 너 일어날 때까지 2시간 동안 일면식도 없는 이 동네에서 기다린 사람한테 하는 첫 마디가 왜 왔는데? 어이구, 아주 싸가지를 밥 말아 드셨지-" 정돈되지 않은 말이 다다다 나갔다. 피곤한 얼굴로 사람맞이할 거면 걱정시키지를 말든지. 거나하게 취해서 오타도 잔뜩 내고 같은 말만 반복하면서 새벽 내내 카톡 한 사람 치고 뻔뻔한 태도에 말을 고를 수가 없었다. 비키라는 의미로 대충 손을 훠이 젓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깨끗한 집안에 눈을 여기저기 옮기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제 카톡 꼴로 봐서는 움직인 동선대로 양말이고 바지고 늘어놨을 것 같더니 그건 또 아니네. "뭘 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어? 들어와." "여기가 네 집이냐? 들어오라 말라 하게?" 불퉁한 얼굴로 맞받아치면서도 순순히 중문을 넘어 발을 옮기는 미운 놈에게서 시선을 떼어내고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아, 이제 좀 살겠네. 저려오는 다리를 쭉 펴고 바닥을 짚어 편안히 앉아있다 여전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에 하얀 벽을 향하던 시선을 미끄러뜨려 그대로 남우현을 쳐다봤다. 내 얼굴에 뭐라도 쓰여 있어? "..뭐래." "그럼 좀 그만 봐, 부담스럽게." "미워서 본다 미워서- 말도 안 듣고." "나 왜 왔냐고 묻고 싶은 거 알겠는데, 대답 못 해줘. 몰라, 나도 이유 모르겠어." 남우현이 묻지 않았지만, 궁금해할 답을 뭉뚱그려 꺼내놓은 나는 습관처럼 입술을 축였다. 이제 할 말이 딱히 없는데. 괜히 집안을 둘러보며 여긴 이렇게 생겼구나 저긴 저렇게 생겼구나를 되뇌이다 정작 내가 할 말은 까먹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 단말마의 힘찬 소리에 한쪽 눈썹을 들어올린 남우현은 내가 왜 그러는지 꽤나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나의 말에 잠시 나를 떠났던 시선이 날 떠나지 않는 걸 보면 확실했다. "너 오늘 나랑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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