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란 걸 할 수 있는 나이부터 늘 범규 옆엔 연준이 있었을 듯 모르는 거 있으면 질문할 때마다 척척 알려 주고 누가 괴롭힌다 싶으면 자기가 먼저 나서 줬을 것 같다 그러다 범규가 고등학교를 타 지역으로 가게 되고 그때 마침 연준이 고3이 되던 시기라 연락이 서서히 끊기게 됐을 것 같다
시간 흐르고 범규가 직장인까지 돼서야 본가 찾아와서 짐 정리 하다가 연준이 사진 찾을 듯 그러다가 형 뭐 하나 싶어서 수소문 끝에 연준이 찾을 듯 연준이 고등학교 때까지 얼굴이 튀는 편인데도 단정하게 하고 다니고 자기가 염색을 했으면 했지 염색 한 번 한 걸 본 적이 없는데 인스타 연준이 사진 보고 휴대폰 떨굴 듯
얼굴은 그대로인데 금발에 좀 내려 보니 파머도 있고 타투가 안 보이는 사진이 하나 없을 듯 잘못된 것도 아닌데 자기가 보던 연준이랑 이미지가 확 바뀌어서 놀라서 범규 휴대폰 떨구고도 멍 때릴 것 같다
좀 보니까 타투 문의 카톡 아이디 있길래 자기 아닌 척 하려고 일부러 카톡 이름도 바꾸고 티투 문의한다고 연락할 듯 무덤덤하면서도 다정함은 남아 있는 말투가 자기가 보던 연준이가 맞긴 맞구나 생각할 것 같다 결국 예약하기로 해서 이름 남기는데 일부러 또 다른 이름 적을 듯
그 후에 예약 시간 맞춰서 연준이 타투샵 가는데 홍대 한복판에 꽤 이름 난 곳이었을 듯 들어가서 연준이 마주하는데 놀랄 거라는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태연하게 도안 생각 안 하셨다 했죠 하고 자기 앞에서 도안 그려 주는 연준이만 있을 듯
열중해서 도안 그리는 모습 보니까 자기 공부 알려 주던 모습 생각나서 빤히 보는데 연준이가 형 얼굴 뚫어지겠다 할 것 같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얼굴 새빨개지는데 연준이가 타투는 생각 많이 하고 해야 한다면서 의미 있던 것도 의미 없어질 수 있으니까 더 생각하고 와도 된다고 할 듯
그럼 범규가 연준이한테 형은 그럼 지금 새긴 것들 아직 다 의미가 있어요? 하고 물을 것 같다 연준이 가만히 도안 작업 하다가 어 의미 있지 할 듯
연준이 도안 그리다가 소매 걷어 올렸는데 팔 접히는 부분 바로 아래 팔목에 꽃 하나가 그려져 있을 듯 그럼 범규가 그럼 그것도 의미 있어요? 하고 물을 것 같다 그럼 연준이가 자기 팔목 내려다 보는데 아무 대답 안 하고 팔목에 피워둔 꽃 가만히 보고 있을 듯
연준이 그냥 덤덤하게 어 하고 답하는데 범규가 뭔데요? 탄생화 같은데 형 꽃이야? 하고 물으면 무덤덤하게 첫사랑이라 답할 것 같다 그거 듣던 범규 기분 이상해져서 자기가 아는 사람이냐 묻는데 연준이 대답 안 하는 것 보고 괜히 시무룩해지고 속 아릴 듯
범규 괜히 연준이한테 그럼 저도 제 탄생화 할래요 보여 줘요 할 것 같다 그럼 연준이가 곤란하다는 듯이 이마 긁적이다가 어 잠시만 하고 패드로 검색 몇 번 하더니 패드 뒤집어 엎어두면서 다른 게 좋겠다 다른 거 해 하면 왜요 물을 것 같다 그럼 연준이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별로 안 예뻐 할 듯
범규 그거 듣고 더 시무룩해져서는 집 가는 내내 궁시렁댈 듯 자기 팔목에 있던 꽃은 예쁘더니 첫사랑 꽃은 예쁘고 내 꽃은 안 예쁘다 이건가 하면서
범규 집 가서 내 꽃이 안 예뻐 봤자 얼마나 안 예쁘다고 하면서 자기 탄생화 검색했는데 연준이 인스타 찾을 때보다 놀라서 폰 또 떨굴 듯 그 안에 연준이 팔목에 핀 꽃이 그대로 있어서
꽃말을 보니 사랑의 망각인 걸 보고 망각한 건 자신이구나 하고 머리 감싸고 속으로 소리 지를 듯 귀는 빨개진 채로
+) 실수로 투바투 독방에 쓰고 와서 식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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