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회가 끝을 향해 점점 달리고 남은 대회가 세 개쯤 남을 때에 중간 휴식 타임이 있을 듯 하루 휴식 기간을 줄 테니 마음껏 쉬고 연습하자고 결정이 났을 것 같다 불구하고 범규는 예선 첫 날 다치는 바람에 연준이한테 피해 준 게 자꾸 생각이 나서 휴식은커녕 학교 체육관에서 하루 종일 볼이나 튀기고 있을 듯 혼자 브로킹 연습을 하고 리시브 연습을 하고 서브 연습을 할 때쯤엔 체육관 한쪽이 범규가 때려넣은 볼로 가득할 것 같다 범규 마지막 하나만 더 때리고 스파이크 연습하려는데 갑자기 체육관 문이 열릴 듯
고개 돌렸을 때엔 자신이 죽어라 연습하게 한 장본인이 있을 것 같다 정작 본인은 모르겠지만 연준이는 동아리실에 뭐 가지러 왔다가 볼 튀기는 소리가 계속 나길래 확인 차 와 본 거일 듯 열었더니 여럿도 아니고 범규 혼자 볼 몇 개씩이나 때려넣어서 한쪽으로 볼 가득 널부러진 거 보고 바람 빠진 웃음 내뱉을 것 같다 쉬랬더니 왜 그러고 있어 범규 더운 것도 더운 건데 좋아하는 사람이랑 둘만 있으니까 금방 볼 빨개질 듯 평소에 연습할 때는 다른 팀원들도 있으니까 티가 안 나는데 둘이 있으니까 더 티가 날 것 같다
범규 금방 끝내려고 했어요... 하고선 볼 주우러 이리저리 뛰어다닐 듯 양손에 볼 쥐고 정리하는데 연준이가 와서 도와 줄 것 같다 범규가 와서 안 그래도 된다고 해도 묵묵히 도와 줄 듯 다 정리하고서는 범규 연준이 슬쩍슬쩍 보니까 연준이가 왜 그러냐 물으면 형 토스 좀 해 주면 안 돼요? 할 듯 연준이는 아직 대답도 안 했는데 아 바쁘면 안 해 주셔도 돼요 하면서 죄송하다고 할 듯
연준이 가지고 있던 가방 구석으로 던져 놓고 그 위로 입고 있던 겉옷까지 벗어 놓을 것 같다 도와 줄게 하는 목소리에 범규 신나서 진짜죠? 하고 좋아할 것 같다 연준이는 그런 범규 보고 참 아이 같다고 생각할 듯 입고 있던 반팔티 어깨 위까지 걷어 올리고 토스해 주면 범규 여태까지 연습했으면서도 농땡이 안 부리고 계속 할 것 같다 그럼 연준이는 평소보다 낮다거나 속도를 더 높일 수 있겠다고 많이 늘었다고 하나하나 짚어 줄 듯 덕분에 범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뛰어다닐 것 같다
한참 연습하고 있는데 범규가 아! 하고 소리 낼 듯 연준이 놀라서 바로 범규한테 갔더니 범규 손톱이 길어서 공에 부딪히는 바람에 손톱이 살짝 갈라져 있을 것 같다 연준이 그거 보고 사람 걱정시키는 게 특기지 범규야 응? 할 듯 범규 미안해서 고개 푹 숙이고 있는데 이리 오라면서 체육관 구석으로 데려가서 앉히더니 자기 가방에서 손톱 다듬는 기구 꺼낼 것 같다 공 만지는 민감성도 중요하니까 손톱 관리도 꼭 하라면서 범규 손톱 깎아 줄 듯 범규 자기가 하겠다는데도 연준이가 기어코 해 줄 것 같다
연준이 범규 앞에 앉아서 손톱 깎아 주려니까 자기가 평소에 하던 거랑 헷갈려서 범규 옆자리로 가서 앉을 듯 범규 귀 새빨개졌는데 그것도 모르고 옆에 딱 붙어서 범규 손 잡고 손톱 하나하나 깎아 줄 것 같다 범규 부끄럽고 자기 심장 뛰는 소리 들릴까 봐 살짝 움직이면 연준이가 가만히 안 있으면 다친다고 그래서 돌처럼 굳어 있을 듯 다 깎고서 네일 버퍼로 갈아 주기까지 하는데 하나 갈아 줄 때마다 연준이가 범규 손톱에 바람 불어서 가루 날리는데 범규는 자기 손에 짝사랑 형 입김 닿으니까 정신 못 차릴 것 같다
연준이가 다 됐다면서 범규 손 놔 주면 범규 손톱 손질하는 내내 떨려서 아무것도 못했으면서도 아쉽다고 생각할 듯 범규가 자기 손톱 빤히 내려다 보고 있으면 연준이가 형이 다음에도 너 손톱 잘 깎나 안 깎나 확인할 거야 할 것 같다 연준이는 손톱 본다는 뜻인데 범규는 자기 봐 준다는 거 하나에 설레서 빨개진 볼 숨기려 고개 푹 숙이고 끄덕거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