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https://instiz.net/name_enter/82042952
댓글은 사랑♡
"산아, 엄마랑 아빠 잠깐 멀리 갔다올게."
열 살 때였다. 내가 버려졌을 때가.
"혼자 있기 무서워요..."
"우리 아들은 씩씩하니까 혼자 있을 수 있지?"
붙잡는 작은 나의 손을 떼어내고 문밖으로 미련없이 나갔다.
"다녀올게-"
굳게 믿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한 주가 지나고...
그때까지만 해도 돌아올 줄 알았다.
부모님이 나를 버릴 것이라는 의심따위 없었으니까.
그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을 떠나보냈다.
시간은 흘렀다. 계속해서 흘렀다.
나의 믿음과 그리움, 기다림이 무색하게 빠르게 흘렀고
돌아오겠다는 그 한 마디만을 믿고 곱씹으면서 기다렸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었고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말은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그저 나에게 헛된 희망을 주고 떠났던 것이었다는 것을.
돌아온다면서, 잠깐이라면서,
다 거짓말이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날 버린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면
난 기다림과 헛된 희망에서 일찍이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나는 알았다.
정해지지않은 결말은
고통과 슬픔뿐인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래서 작가가 되었다.
그때의 후회와 원망을 닫힌결말로 해소하고자 했으니까.
책의 끝을 쓸 때마다 그때의 기억에 가슴 한쪽이 쓰라렸지만
이렇게라도 나의 악몽을 지우고 싶었다.
"그냥...그게 차라리 마음이 편해서요."
거짓은 아니었다.
그저 치료되지 못할 아픔을 이렇게라도 묻고 싶었다.
사람 일은 모른다는 말, 벌써부터 끝을 단정짓지마라,
이러한 말들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아름다운 희망이라는 열린결말에 속아
결국은 비극적인 끝을 맞이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내 손으로 그 끝을 만들어버렸다.
행복한 결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결국은 널 보내게 되었다.
닫힌결말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별의 결말이 후회될 뿐.
그래서 해피엔딩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손을 썼다.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버려진 후 끝없는 기다림 속에 갇혀있던
그때의 나를 다시 또 겪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은 이렇게 되었다.
나는 또 누군가를 떠나 보내게 되었다.
"네 옆에 평생 있어달라는 약속, 꼭 지킬게."
그렇게 나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뱉어버리고
나의 악몽 속 악당이 되었다.
너는 그 악몽 속 내가 되겠지.
근거없는 나의 믿음의 끝은 언제나 허망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