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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아는 사람 얘기해줄게
며칠 전 사랑하는 그녀와 헤어진
주위 그냥 아는 사람
힘들고 많이 슬퍼하던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아 내 얘기는 절대 아니야
그냥 그냥 아는 사람 얘기
며칠 전 헤어진 애인에게 다시 연락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지 모른다. 다시 한 번 잘 해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쉽지만, 대부분 그 마음을 표현하는데에 있어 문턱 앞에서 많이 좌절을 하곤 하는데 호원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할까 도통 감이 오지 않았지만, 이미 호원의 손은 통화 버튼을 누른 그 후였다. 혹시나 받지 않으면 어떨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사실 헤어진 남자친구의 전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을 수 있다면 둘의 사이는 이미 이렇게 틀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지만, 호원의 걱정과는 다르게 이내 들려오는 동우의 목소리에 안심을 하며 조심히 이야기를 꺼낸다.
“자고 있었어?”
아니야, 괜찮아. 왜 전화했어?”
“…그냥. 할 말도 있고. 지금 만날 수 있어?”
동우와 어렵지 않게 약속을 잡은 호원은 몇 번이고 거울을 본다. 분명 그와 연애 중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나갔던 옷들이 오늘 따라 별로인 것 같기도 하고, 살짝 삐져나온 머리카락도 유난히 신경이 쓰인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호원은 혹시 늦어서 동우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얼른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니 자신을 맞이하는 쌀쌀한 밤공기가 두 볼을 스치고, 가슴도 더욱 조여온다. 가로등 밑에서 신발 앞 코를 툭툭 바닥에 박으며 고개를 떨군 채로 기다리는 동우의 모습에 호원은 또 그를 기다리게 했다는 생각에 괜스레 미안해져 한숨을 쉬곤 그에게로 달려갔다. 사실 만나서 딱히 그에게 건넬 말이 없었다. 다시 시작하자고 해야할 지 아니면 길게 돌려서 그에게 대답을 해야 할 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아 그저 뒷머리를 긁적인다.
“하고 싶은 말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어? 아, 응.”
“…무슨 얘긴데?”
“헤어진 사람하고 다시 연애 할 수 있을 것 같아 넌?”
“….”
“내 얘기 말고! …그, 아는 사람.”
#2
그는 그녀를 너무 사랑했대
1년을 넘게 만났어도 반하겠대
여자들 앞에서 싱글 이라 하던 그가
친구들에게도 자랑했대
이뻐보였나봐 그의 엄마가
어릴 적 날마다 해준 말마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넌 버릴 구석이 없다고
그 정도로 좋았었나 봐
매일 밤 택시 타고 그녈 데려다 주고
그는 막차 타고 집에 돌아와 수고
스럽지만 1분 더 있고 싶어서
손잡고 있음 걱정 녹아 내려서
그렇게 둘은 행복했대
여기까진 스토리 좋잖아 행복백배
새..생략...ㅠ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ㅠ
#3
근데 그 사람이 누구냐고
어 그냥 아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 얘기해줄께
며칠 전 사랑하는 그녀와 헤어진
주위 그냥 아는 사람
힘들고 많이 슬퍼하던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아 내 얘기는 절대 아니야
그냥 그냥 아는 사람 얘기
“그래서 그게 누군데?”
“그냥 친한 사람.”
호원의 말에 동우가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며 발장난을 친다. 호원의 입술도 점점 바싹바싹 말라가고, 둘 사이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흐른다. 그 정적을 어떻게든 깨고 싶은 건 두쪽 다 마찬가지였지만, 사실 딱히 이 상황에 대해 얘기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결국엔 호원이 먼저 입을 떼고 동우에게 묻는다.
“차인 쪽에서 진짜 많이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슬퍼하던데.”
“….”
“니가 헤어지자고 말한 쪽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
“…그야.”
#4
뭔가 이상했대 어느 순간부터
가까웠던 둘 사이에 어색함이 줄곧
왜 그런지 대체 모르겠더라고
후에 알고 보니 되게 멀리 떠난다고
그녀 울면서 이제 그만하재
하얀 손끝에 가재처럼 매달려봤지만
더욱 아파하는 모습에 집게를 놨네
나는 말해줬어 인정해 그년 널 사랑하지 않아
아냐 몇 번이고 부정했어 애써
배고픈 거지처럼 구걸했지만
그녀가 준건 사랑 아닌 동정
(오해할까봐 말하는데, 이건 방금 씬에서 나온 그 상황이 아님! 둘이 헤어질 때.. 그러니까 며칠 전이야!)
호원도 동우도 서로 아무 말이 없다. 호원은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기 일쑤였고, 동우도 그런 호원을 신경 쓰지 않았고 제 할 일 하기 바쁘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고 1분 1초가 아쉬운 그런 사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둘 사이에 상상해본 적 없는 어색함이 줄곧 흘렀다. 딱히 다퉜다거나, 어느 한 쪽이 바람을 핀다거나 하는 이유도 없었다. 그냥 권태기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서로가 싫은 것은 또 아니었다. 서로를 싫어한다기 보다는 서로의 위치, 그리고 서로의 사이에 대해 조금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그 감정이 더 큰 듯 싶다.
평소와는 다른 동우의 모습이었다. 데이트 할 때 항상 편한 복장을 입고 나왔던 그가 오늘 따라 유난히 조금은 신경을 쓰고 나온 것 같았다. 자신의 차림에 부끄러워진 호원이었지만, 그닥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호원도, 그리고 동우도. 오랜만에 옛날로 돌아간 것 처럼 호원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평소 느끼지 못하던 감정들을 한 번에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점점 시간이 흐르고 동우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뺀 채로 호원에게 어렵게 얘기를 꺼낸다.
“호원아.”
“어?”
“…우리 이제 그만하자.”
#5
나 너무 슬퍼
나 방금 나라고 했니
너무 감정 이입했나 봐 이해되지
근데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도 아냐고
어 친하거든
내가 아는 사람 얘기해줄게
며칠 전 사랑하는 그녀와 헤어진
주위 그냥 아는 사람
힘들고 많이 슬퍼하던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아 내 얘기는 진짜 아니야
그냥 그냥 아는 사람 얘기
누군 이런 일도 있다 해서
(그냥 그냥 아는 사람얘기)
참 별일이야 유치하지 않냐
(그냥 그냥 아는 사람얘기)
넌 근데 어떻게 생각해 그 남자가 어떻게 해야 될 꺼 같애
잡아야 할까 포기해야 할까
나 너무 진지한가
“그래서 결국 헤어진거라던데.”
“둘 다 잘못했네.”
“그 사람이 헤어지자고 하는데, 나 진짜 마음이 되게 이상했었어.”
“…어?”
“아, 내가 아니라 아는 사람.”
호원이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해명하자 동우가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호원은 계속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휴대폰 액정을 반복적으로 툭툭 치더니, 다시 한 번 동우에게 묻는다. 그냥 아는 사람 얘긴데, 너는 그 남자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호원의 말에 동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호원을 바라본다. 그런 동우의 눈빛에 호원이 살짝 웃으며 다시 그에게 묻는다.
#6
네가 아는 사람 얘기해줄게
며칠 전 사랑하는 그녀와 헤어진
그래 지금 나란 사람
힘들고 많이 슬퍼 그러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해
아니다 아냐
그냥 그냥
“니가 아는 사람 얘기야.”
“응.”
“…그게 난데, 넌 내가 지금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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