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만 50장 챙겨서 나왔어.” “미자(미성년자)도 뚫리는 모텔 어디야?” 17일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앞 경의선 책거리에 모인 10여명의 청소년들 대화 일부가 이랬다. 스스로를 ‘경의선키즈’라고 소개한 이들은 평범한 청소년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머리를 반만 노랗게 염색하거나 짧은 치마에 반스타킹을 입는 등 마치 9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갸루 패션’을 연상케 했다.
이들이 언급한 경의선키즈는 일본의 가출청소년을 의미하는 ‘토요코키즈’(トー横キッズ)를 변형한 것이다. 토요코키즈는 도쿄 신주쿠의 영화관 ‘토호시네마’ 옆에 모여있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미성년 성매매와 음주, 약물 중독, 폭행 등 각종 범죄와 비행에 연루돼 4년 전부터 일본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들 대다수는 마이너 패션 문화 ‘지뢰계’ 모습을 하고 있다. ‘밟으면 터지는 지뢰같은 여자’라는 의미가 담긴 지뢰계는 정신적으로 취약한 여성을 표방한다.
경의선키즈 무리는 뒷골목이 아닌, 경의선 책거리 광장 한복판에 모여 서로의 비행을 드러냈다. 이들 중 누군가 “미성년자가 모텔이 뚫려?”라고 큰 목소리로 묻자, 다른 누군가 “응. 나는 되던데”라고 답했다. 주변 시선은 의식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광장 바닥에 드러눕는 이도 있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이 머리를 누이자, 남학생이 자연스레 자기 옷을 덮어줬다. 무리 중 일부는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며 전날의 ‘술자리 이야기’를 공유했다. 이들이 모이게 되는 경로는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열댓명이 광장의 한쪽 스탠드를 가득 메웠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무리지어 있는 이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발걸음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대학생 임모(25)씨는 “아무리 청소년으로 보여도, 10명은 족히 넘게 모여있으니 남자인 저도 괜히 시비 걸릴까 무서웠다”고 했다. 토요코키즈처럼 실제로 성매매 등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도 있었다. 기자가 경의선 책거리에서 만난 경의선키즈 무리 중 한 명인 A(18)양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집을 나와 성매매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A양은 “아빠의 빚을 떠안게 돼 (성매매를) 시작했다”며 “데이트 30분에 15만원, 종일권도 있다. (성)관계는 한 번에 30만원”이라고 했다. 그는 “성인 남성들이 연인관계를 목적으로 접근해서 난처한 순간이 많았다”고도 했다. 다른 여학생도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30분 만남에 35만원 정도를 번다”며 “남자 만나서 돈 벌고 처벌도 안 받았다. 여중생이라서 무적”이라고 말했다. B양은 “위험한 만큼 돈을 많이 번다. (조건 만남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한 달에 150만원 정도 번다”라며 “뚱땡이도, 할아버지도 돈을 주면 뚱땡이나 할아버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토요코키즈는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가출청소년끼리 모여 있다 수많은 사건·사고에 연루되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토요코키즈 청소년 2명이 토호시네마 인근의 호텔에서 항우울제를 과다 복용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있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조선닷컴에 “일본의 토요코키즈는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현상”이라며 “뒷골목에 개별적으로 모이는 게 아니라 집단적으로 무리 지어 비행을 하고, 또 범죄에 노출된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토요코키즈가 한국에 마치 ‘문화’처럼 들어온 이유에 대해 전문가는 가정불화와 사회적 안전망 부제 등을 꼽았다. (중략) https://naver.me/5hJEgrHk 중략 부분에 가정환경 안정적이고 유복해도 저런 경우 있다고 기사에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