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이돌의 희귀 포토카드, 팬미팅 참여 등을 미끼로 같은 앨범을 다량으로 사게끔 유도하는 국내 음반 기획사의 판매 전략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조차 본사인 하이브의 ‘랜덤 포토카드’ 등 판매 전략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14일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음반 판매량은 1억1577만 장으로 전년 대비 50%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음반을 더 비싸게, 더 많이 팔려고 하는 마케팅 기획은 점점 더 치밀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 29일 발매된 그룹 세븐틴의 베스트 앨범 ‘17 이즈 라이트 히어(17 IS RIGHT HERE)’는 CD 2장이 동일하게 들어 있지만 선물 구성품이 다른 앨범을 6종류로 나눠 판매하고 있다. 가장 저렴한 앨범인 ‘위버스 버전’(1만4500원)에 비해 구성품이 다양한 디럭스 버전(8만5800원)의 가격은 6배 가까이 된다. 앨범에 든 수록곡은 똑같지만, 버전마다 랜덤 포토카드의 종류와 굿즈가 다르다. ‘원하는 카드를 뽑을 확률’을 위해 더 지출하게 만드는 것. 랜덤 카드가 아닌 멤버 전원의 포토카드가 들어 있는 ‘안전한 선택’을 하려면 가장 비싼 디럭스 버전을 사야만 한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팬 사인회와 영상통화, 쇼케이스 등 좋아하는 멤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앨범 구매 수량과 연동된다. 앨범 1장당 1번씩만 팬 사인회 등의 응모 기회가 주어져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앨범을 많이 사야 하는 것. 응모 형식이지만 사실상 앨범을 많이 구입하는 사람 순으로 줄을 세운다고 해서 ‘팬싸컷’(팬사인회 커트라인)으로 불린다. 인기 아이돌의 경우 ‘팬싸컷’이 300만∼400만 원, 최정상급 보이그룹은 500만 원 이상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좋아하는 아이돌과 1∼2분가량 일대일 영상통화를 하기 위해 같은 앨범을 200∼300장가량 사야 할 정도다.
이렇게 되니 다량의 앨범을 구입한 뒤 응모권 등만 챙기고 버리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달 초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백화점 인근 공원에 하이브의 그룹 세븐틴의 앨범이 무더기로 버려진 사진이 국내외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국 정상급 보이그룹의 발매 첫 주 앨범 판매량이 월드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보다 100만 장이나 많은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팬들의 사랑을 볼모로 삼아 앨범을 과도하게 판매하고 판매량을 부풀리는 시장 교란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앨범 판매량을 위해 아티스트들을 소모시킬 게 아니라 새롭고 수준 높은 음악을 위해 K팝 엔터테인먼트사들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https://naver.me/xAVIyU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