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7시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정문 200m 밖에서부터 귀를 찢을 듯한 함성이 들렸다. 2010년대 인기 댄스곡이었던 2NE1의 'FIRE'가 전주가 나오자 박자에 박춰 박수 소리도 울려 퍼졌다.
이날은 지난 22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경희대 축제의 마지막 날로, 늦은 저녁에 교내 동아리와 인기 가수 등의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경희대학교는 △싸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라이즈 등 유명 가수와 아이돌을 보려 몰린 재학생과 외부인으로 인산인해였다.
다만 메인 공연이 있는 노천극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이는 제한됐다. 형광 조끼를 입은 축제 관계자들이 안전봉을 들고 인원을 통제했다. 재학생 전용 구역으로 들어가려면 학생증과 신분증을 확인한 뒤 도장을 찍어야 했다. 외부인들은 '프리존'에만 들어갈 수 있었다.
프리존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은 노천극장 밖에서 공연을 보려고 시도했으나 가림막과 천막 때문에 보기 어려웠다. 시야를 가리는 천막 위로 핸드폰을 올렸으나 이마저도 축제 관계자들의 제지에 가로막혔다. 형광 조끼를 입은 관계자들은 "계속 이동하실게요" "멈추지 말고 계속 이동해주세요" 등으로 천막 앞에 있지 말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이 계속 뭉쳐있자 메가폰으로 사이렌을 틀어 사람들을 해산시켰다. 공연장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는 잔디밭 언덕이나 계단 위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찬 상태였다.
경기 구리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축제에 왔다는 30대 여성 김모씨는 "아이들이 싸이를 보고 싶다고 해서 남편과 함께 왔는데 프리존에 인원이 가득 차서 들어가질 못한다"라며 "우리 말고 초등학생 아이 둘만이라도 공연을 보게 하고 싶어서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했으나 안 된다고 해 속상하다"라고 밝혔다. A씨는 "이럴 거면 왜 축제를 널리 홍보하거나 알리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김씨의 남편 역시 "내가 대학생이던 10년 전에는 이렇게 막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참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다같이 즐기자는 건데 공연은 좀 보게 해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유학생 아마딘(20)씨는 "환호성 소리가 너무 궁금하다. 밖에서라도 조금 볼 수 있게 해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잘 보이는 곳을 찾으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는데 공연장이 아니면 볼 수 없도록 다 막아뒀다. 재학생이 아니면 공연도 못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재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3일간 이어지는 축제에 모두 참여한 경희대 23학번 백모씨는 "재학생만 입장 가능한 구역이 없으면 외부인들이 전부 자리를 차지해버릴 것"이라며 "지금도 사람이 너무 많아 축제를 즐기고 싶은 재학생들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백씨는 "특히 유명 아이돌 공연이 있는 날엔 '대포 카메라'를 든 팬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다 차지해버린다"며 "재학생들 입장에선 '우리도 못 들어가는데 저들이 왜 들어가냐'하는 억울함도 있다"고 말했다.
또 "외부인들은 전날 새벽부터 와서 줄에 짐만 두고 가기도 한다"며 "내 앞에도 극성팬들이 3명이나 있었는데 과연 이들도 같이 축제를 즐기러 온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했다.
다른 재학생 A씨(21)는 "이번 축제때는 마지막날 아이돌 공연을 보려고 노천극장으로 오는 언덕길에 전날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인원을 전부 받으면 지금보다도 더 많은 인파가 몰리게 되어 위험할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대학교 축제인 만큼 재학생을 우선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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