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좋은 드라마라는 건 다 확신을 했지만 이렇게 대중적인 사랑을 얻을 거라고는 생각하진 못했죠. 지금 젊은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서 강한 팬덤향 콘텐츠로도 앞으로 할 수 있겠다는 걸 느꼈습니다.”
tvN ‘선재 업고 튀어’ 내부 시사 당시 박상혁 CJENM 미디어사업본부 채널사업부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드라마에 감명 받아 눈물을 펑펑 쏟아낸 후 “이게 안 되면 이 바닥을 뜨겠다”고 큰소리와 함께 기립박수까지 쳤다고.
선재 업고 튀어’는 방영 전만 해도 손에 꼽히는 기대작은 아니었다. 여자 주인공이 ‘최애’ 아이돌을 구하기 위해 타임슬립한다는 스토리 라인은 마니아적이고, 주연 배우 또한 인지도가 엄청 높다고도 할 수 없었다. CJ ENM 내부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박 부장은 “젊은 취향의 콘텐츠다 보니 ‘이게 과연 TV에서 먹힐까’ 하는 걱정들이 많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다만 “보고 나니까 연출도 너무 잘했고 배우들이 그 역할에 너무 잘 맞더라. 그리고 단순한 아이돌물이 아니고 2008년 당시의 레트로를 딱 짚어주더라. 90년대생들한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 세대들이 더 열광적으로 반응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개인적으로 1회를 보고 너무 완벽한 드라마라고 생각을 하다가 2회부터는 학원물로만 1시간을 가더라. 물론 재밌었지만 그래도 이게 초반에 힘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며 “그런데 사실 사람들이 캐릭터에 어느 순간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이라고 웃었다.
프로그램 편성을 전담하는 채널사업부장으로서 ‘선재 업고 튀어’의 흥행은 특히나 뜻깊다. 박 부장은 “대형 콘텐츠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메가 IP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특정 집단이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코어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도 되게 중요하다. 편성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밸런스가 되게 중요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올해 초 ‘내 남편과 결혼해줘’와 ‘눈물의 여왕’, 그리고 ‘선재 업고 튀어’까지 tvN 입장에선 박 부장이 고민한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는 셈. 그는 “저희가 항상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라는 게 모두가 정답을 찾을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희는 그런 트랙에 전략을 가지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재 업고 튀어’의 성공은 방송사에 자리잡은 ‘시청률 지상주의’를 시원하게 깨트렸다고 볼 수 있다. 시청률이 비교적 낮아도 좋은 콘텐츠라면 어떻게든 빛을 보게 되는 것. 박 부장은 “물론 시청률이 지금도 제일 중요하지만 요즘 시청자의 반응이 시청률로만 담기지 않는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것 같다. 사실 저희한테 큰 의미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OTT에서 대작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TV 시장은 그간 주춤한 게 사실이다. 박 부장은 “넷플릭스 같은 데서 수백억원 대작들이 있으니까 TV 시장이 점점 수세적으로 나갔던 것 같다. 돈이 많이 든다거나 조금이라도 잔인하고 선정적이면 빼버리니까 소재가 제약되고 TV는 올드해져서 중장년층 위한 시청률 보장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콘텐츠의 방향성은 더 자유롭게 열려야 하고 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고 젊은 시청자 타겟으로 가는 게 맞다. 좋은 콘텐츠를 제일 빨리 알아봐주는 세대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젊은층을 타겟으로 하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저도 50대인데 요즘 애들이 뭘 좋아하는지가 제일 궁금하다. 나이 든 사람이라고 해서 ‘우리끼리 이걸 좋아해’ 하기보단 ‘요즘 애들이 이걸 본다더라’ 한다. 그게 변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그렇게 만드는 좋은 콘텐츠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선택을 받는다. TV 콘텐츠라고 해서 외면 받는 게 아니다. 박 부장은 “젊은 사람들도 좋은 콘텐츠가 나오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스포 당하지 않고 본방 사수한다”며 “TV도 누구보다 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그 시도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증명한 게 될 것”이라고 연이은 tvN 드라마의 대박 행진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