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가려서 사귀어라.
어릴 적부터 많이 들어온 말이다.
검은색을 가까이하면 검어지고, 붉은색을 가까이하면 붉어지니,
까마귀는 까마귀끼리 백로는 백로끼리 어울리라 하였다.
문제는 한 종류의 깃털을 가진 새들끼리 모아놓았더니, 자기 깃털 색이 진리인 줄 안다는 것이다.
내 깃털 색이 다른 깃털 색보다 우월하고, 더 아름답고 옳은 줄 안다.
이 드라마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가면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백로도 까마귀가 낯설고 두려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멓기만 하고, 까악 까악 우는 울음소리도 불길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까마귀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 그랬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까마귀의 깃털 색은 그냥 시커멓기만 한 게 아니라 보라색과 녹색이 섞인 것이었다.
까악까악 하는 울음소리도 위험을 알리고 협동하기 위한 그들만의 대화였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는 놀림과 달리, 머리 또한 상당히 좋았다.
인간사회에 대한 적응력도 그 어느 새보다 뛰어났다.
백로는 점차 까마귀의 검정 깃털을 그 자체의 개성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검정 깃털이 있음을 고백하게 됐다.
따지고 보면 세상은 검정색과 흰색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우리는 다들 조금씩 하얗고 검으며, 좀 더 하얗고 좀 더 검다고 해서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수도 없다.
그런데도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은 상대를 제대로 알 생각을 하지도 않은 채 낙인을 찍는다.
저 사람은 검다고, 저 사람은 틀렸다고.
나와 그들을 구분한다.
나는 이 드라마가 서로의 다른 깃털 색이
함께 어울려 노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차별하고 혐오하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이해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그런 세상에선 까마귀와 백로도 편견 없이 서로를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