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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고 싶을 만큼 고된 작업이었는데, 이상하게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요.”
지난 달 말 서울 논현동의 안테나 사옥에서 만난 뮤지션 정재형(54)은 지난 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음악 작업을 이같이 요약했다. 1995년 그룹 베이시스로 데뷔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내 눈물 모아’, ‘지붕 위의 고양이’, ‘순정마초’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베테랑임에도 이런 기분은 처음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 음악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 클래식하면서도 몽환적 느낌이 나는 음악이 현대인의 고질병에 걸린 초능력자 가족의 애틋한 판타지 서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시청자들은 “노래가 드라마 전개에 120%를 기여했다”,“신선하고 신비로운 음악이 마법처럼 드라마를 완성시켰다”는 댓글을 달았고, 주연 배우 천우희는 “노래가 매회 기다려진다”는 응원을 보냈다.
‘중독’,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두근두근 내 인생’ 등 영화음악 작업을 해왔던 정재형이 드라마 음악감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연출자인 조현탁 PD의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 단계부터 합류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업에 공을 들였다.
무엇이 가장 고통스러웠나.
“일단 양이 방대했다. 드라마 음악은 보통 팀 단위로 진행하는데, 나는 혼자서 하느라 두세 번 고꾸라졌다. 어시스턴트를 두긴 했지만, 작곡은 전부 내 몫이었다. 막바지엔 힘이 빠져 말까지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