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때아닌 ‘겹치기 출연’ 비상이 걸렸다. 최근 일부 주·조연 배우들이 의지와 상관없이 출연 작품을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몰아 내놓게 돼 난감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영향으로 제작 환경이 급변하면서 드라마 공개 시기마저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에 출연 중인 배우 권율이 대표적이다. 그는 극중 냉철하고 야망 넘치는 비리 검사 박태진 역으로 등장한다. 고등학교 동창인 재벌 후계자 김경남이 이끄는 카르텔 ‘이너써클’의 비선실세로서, 죽은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벌이는 파렴치한 캐릭터다. 권율 패거리와 마약범죄수사팀 반장 역 지성이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드라마는 6회 만인 8일 9.7%(닐슨코리아)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드라마가 시청률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가운데, 권율은 또 다른 주연 작품인 JTBC 수목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를 12일부터 선보인다. 이번에도 검사 역할로, 키즈 크리에이터 역 한선화와 개과천선한 조직폭력배 엄태구 사이에서 삼각 로맨스를 펼친다.
지난해 하반기에 ‘놀아주는 여자’를 촬영한 후 ‘커넥션’을 지난달까지 찍었지만, 방송 시기가 뒤늦게 정해져 공교롭게도 수~금요일에 연달아 시청자를 만나게 됐다. 이 때문에 성격은 다르지만 같은 직업군을 가진 두 캐릭터 때문에 자칫 시청자 몰입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천우희, DKZ 멤버 재찬 등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천우희는 자신이 주연한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과 넷플릭스 드라마 ‘더 에이트 쇼’가 지난달 나란히 공개되면서 멜로와 잔인한 서바이벌 소재를 비슷한 시기에 소화했다. MBC 금토드라마 ‘우리, 집’의 재찬도 ‘놀아주는 여자’에서 엄태구의 측근으로 등장하면서 3주 만에 출연 드라마를 내놓게 됐다.
배우들은 드라마의 공개 시기가 겹치면서 생기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최근 방송가에 사전 제작 시스템이 안착하고, 방송사들이 OTT와 동시 공개하기 위해 방송 일정을 수시로 조정하면서 의도치 않은 ‘겹치기 출연’이 더욱 잦아졌다.
앞서 천우희는 ‘더 에이트 쇼’ 관련 인터뷰를 통해 “출연한 드라마들이 한꺼번에 공개되면서 뜻밖에도 공백이 생기는 점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우 소속사 관계자도 11일 “비중이 큰 주연 배우들은 방송이 겹치면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할 수 없어 한계가 작용한다. 방송 시기를 두고 제작사 간 ‘눈치 싸움’도 벌어져 난감할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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