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의 김수현은 감성은 깊지만 감정 기복의 폭은 넓지 않은 사람이다. 김수현을 네 번 만났지만 단 한 번도 굴곡이 느껴지는 감정선을 본 적은 없다. 처음 등장할 때는 언제나 조용했고, 촬영이 진행되면 조금씩 내재된 끼를 분출했으며, 인터뷰를 할 때는 늘 진중했다.
김수현을 카메라에 담아낸 사진가는 매번 달랐지만, 한결같은 반응은 '놀랍다'였고, 그 놀라움의 끝에는 언제나 같은 질문이 달렸다. "혹시 모델 출신인가?" 단순히 포즈를 잘 취하는 게 아니라 옷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몸놀림을 구사하는 김수현의 모습이 웬만한 모델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날 촬영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수현'을 잡아낸 사진가 조선희는 표정뿐 아니라 손가락까지 연기해내는 김수현의 명민함에 혀를 내둘렀다.
촬영에 앞서 컨셉트를 설명하고 시안을 보여주자 조명 아래 서 있던 김수현이 다가왔다. "어떤 느낌인가요? 몽환적인 느낌인가요?" 언제나처럼 진행자의 의도에 맞추려는 듯 의견을 구했고, 자신이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재차 물었다. 그날 하루 김수현의 일정은 인터뷰 촬영 하나쯤은 대강 때우고 가도 차고 넘칠 만한 스케줄이었다. 며칠째 잠은 차에서 자고, 드라마 촬영이 끝나는 새벽엔 녹음실로 달려가는 빠듯한 나날들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머무는 장소, 시간, 자리에 최선을 다하는, 도대체 하나도 설렁설렁 넘어가는 게 없는 배우가 김수현이다.
김수현은 정확하게 6시간 27분 동안 스튜디오에 머물렀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고, 피로감으로 눈빛은 더 깊어진 상태였으며 가늘고 긴 팔과 다리는 낭창낭창하게 하늘거렸다. 참으로 이기적인 말이긴 하지만, 이 모든 최악의 조건들은 우리의 촬영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네 번째 컷 촬영이 시작될 즈음에야 그는 먹고 싶다던 치킨과 따뜻한 국물이 있는 밥 한 공기를 먹을 수 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김수현이 스태프들과 수다 떠는 모습을 지켜봤다. 삼동이가 아닌 일상의 김수현은 아마도 그런 모습일 터다.
인터뷰 말미에 했던 질문이 생각난다. 김수현에게 일생일대의 '드림'은 무엇인가? "연기요. 평생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품 안에서의 김수현의 시간을 하나하나 쌓아두고 싶어요.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 지금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 그게 연기였으면 좋겠어요."
CONTRIBUTING EDITOR 김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