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남성이 아파트 헬스장 옆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성범죄로 몰렸다고 억울함을 토로해 논란이 된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될 전망입니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해 온 A 씨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해 입건 취소키로 했다고 오늘(28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23일 오후 5시 10분께 화성시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헬스장 옆 관리사무소 건물 내 여자 화장실에서 50대 여성 B씨가 용변을 보는 모습을 훔쳐보고 성적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아왔습니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한 B 씨는 이날 오후 5시 34분 112에 신고했습니다.
사건을 접수한 화성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2명은 이튿날인 24일 오전 현장에 출동해 관리사무소 건물 CCTV 영상을 확인한 뒤 A 씨에게 찾아가 전날 관리사무소 건물 화장실을 이용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은 뒤 신고 접수 사실을 알렸습니다.
A 씨는 "화장실을 이용한 사실은 있지만, 여자 화장실에는 들어간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경찰은 "CCTV 영상이 있다"고 맞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A 씨에게 반말을 섞어가며 응대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사건 접수 여부와 수사 진행 상황을 묻기 위해 같은 날 오후 직접 화성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방문했으나, 당시 근무하던 경찰관은 "나는 담당자가 아니다"라는 등의 답을 하며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아울러 A 씨를 향해 "떳떳하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라는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 씨는 '억울한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에 이 과정 전반을 녹음해 둔 파일을 올렸습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경찰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은 어디갔나", "경찰은 신고한 여성의 말만 믿는가"라는 등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이에 화성동탄경찰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글을 올렸으나, 경찰서 인터넷 게시판에는 1만 건이 넘는 누리꾼 글이 게시되는 등 비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으나, 문제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해 양측의 진술에만 의존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의 설명과는 달리 관리사무소 건물의 CCTV는 건물 출입구 쪽을 비추고 있을 뿐, 남녀 화장실 입구를 직접적으로 비추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CCTV상에는 신고 당일 오후 5시 11분 B씨가 건물로 입장하고, 2분 뒤 A 씨가 입장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어 오후 5시 14분 B 씨가 건물을 빠져나가고, 1분 뒤 A 씨가 건물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찍혔습니다.
A 씨가 실제로 성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라면, 피해자인 B 씨에게 적발된 뒤 즉시 도주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건물 퇴장 순서는 오히려 피해자가 먼저이고, 피의자가 나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B 씨는 어제 오후 돌연 화성동탄경찰서를 찾아 "허위신고를 했다"고 자백했습니다.
B 씨는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데, 다량을 복용할 경우 없는 얘기를 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경찰은 B 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 피해자 진술 평가를 했습니다.
프로파일러들은 B씨의 신고를 놓고 "실제 없었던 일을 허위로 꾸며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이 신고는 정신과 등 증상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입건 취소를 하고, B씨에 대해서는 무고 혐의로 입건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B 씨가 신고 당시 '운동을 잘하는 남성', '자주 본 남성'이라는 등 어느 정도 A 씨를 특정한 점을 고려, 무고죄로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봤습니다.
또 경찰은 A 씨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경찰관들에 대해 내부 감찰을 진행, 향후 상응하는 처분을 내릴 방침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피신고인인 A 씨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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