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과 6일 방송된 MBC 2부작 단편드라마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는 옹화마을 카사노바 견 '백구'의 중성화 수술을 앞장섰던 이장 정자왕(정상훈 분)이 정관수술을 하게 되면서 졸지에 백구와 같은 신세가 되어버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줄거리부터 심상치 않은 작품은 아들 셋을 둔 가장이자 마을 이장인 정자왕을 중심으로 조용할 날 없는 옹화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졌다. 휴먼과 코미디를 적절히 살린 귀여운 에피소드들과 정겹고 유쾌한 캐릭터, 말맛 나는 대사들이 어우러져 사랑스러운 '농촌 시트콤'같은 작품이 완성됐다.
짧지만 굵었던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는 MBC 극본공모전 단편 최우수작에 선정된 작품이다. '예능 작가' 출신 노예리 작가와 맛있는 대본이 더 맛깔날 수 있도록 재기 발랄한 연출력을 보여준 김영재 감독이 의기투합, 신인 작가와 감독의 시너지가 배가됐다.
MBC 극본공모전 수상작의 명성을 잇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임상춘 작가가 크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KBS 4부작 단막극 '백희가 돌아왔다'를 떠오르게 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임상춘 작가는 현실적인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 등 '사람 냄새' 나는 작품들로 사랑받고 있다.
그런 임상춘 작가 역시 2014년 MBC 단막극 '드라마 페스티벌-내 인생의 혹'으로 시작한 바 있다. 웹드라마 '도도하라'에 이어 '백희가 돌아왔다'부터 임상춘 작가는 특유의 감성이 짙게 묻어나는 작품들로 대중에게 깊게 각인됐다.
2016년 선보인 '백희가 돌아왔다' 역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삼았고, 인물들 간의 섬세한 감정선과 유쾌한 웃음을 잡아 짧지만 깊은 한방을 날렸다. 작품성은 물론, 단막극임에도 화제성과 대중성까지 인정받으며 4회 평균 시청률 9.7%를 기록하는 등 '웰메이드 코믹드라마'로 방송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치솟은 제작비 등의 이슈로 신인 작가와 감독을 보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신인들의 토대가 됐던 단막극을 안방에서 만나보기 힘든 분위기가 된 지도 오래.
지난 2일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재 PD는 "드라마 시장 자체가 점점 상업적으로 흐르고 있고, 이 흐름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작품을 포함해 다양한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가 단막극이라고 생각해 그런 부분에 의의를 뒀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가 대중의 호평을 얻으면서, 오랜만에 단막극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막극의 가치를 되새긴 만큼, 창의성과 다양성을 확보를 위한 단막극 제작과 신인 작가 발굴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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