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국 기자
굳게 입을 닫고 있었던 전력강화위원 ㄱ씨는 박주호의 주장에 공감하면서 “결국, 돈이 문제였다”고 혀를 찼다. 전력강화위 내부에서 줄기차게 외국인 지도자 선임을 위해 노력했지만, 명장이라 부를 만한 지도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현실적인 조건에 발목이 잡혔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가 외국인 지도자에게 지급할 수 있다고 공개한 연봉 가이드라인은 충격적이었다. 지난 3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최대 금액은 30억원 안팎이었다. 그런데 협회가 전력강화위에 통보한 금액은 20억원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전력강화위를 더욱 답답하게 만든 것은 이 금액도 지난 6월 제8차 회의에서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한 협회 직원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는 사실이다. 전력강화위가 제9차 회의부터 갑자기 국내 감독을 영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원인이기도 했다. ㄱ씨는 “차라리 이 금액을 일찍 알았다면 시간을 버리지 않고 현실적인 외국인 지도자를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강화위는 마지막 10차 회의에서 거스 포옛 전 그리스 축구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 그리고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축구대표팀 감독, 홍 감독 등 4명을 최종 후보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의 연봉 가이드라인을 수락한 것은 바그너 감독이 유일했다. ㄱ씨는 “사실 감독들은 어느 정도 단가가 정해져있다. 아널드 감독은 언론을 통해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왔기에 후순위로 밀었다. 이후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에게 1~3순위는 알아서 결정해달라고 위임했는데,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